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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Apr 25. 2022

일상이 역사다.

역사를 되짚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역사는 누구의 역사일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생각은 어떤 역사를 말하는가. 역사를 재미있게 배워본 기억이 없다. 대표적인 암기과목이었던 ‘역사’는 외워야 할 연도들과 인물명들만 한 가득이었다. 역사서술은 왕들의 치적과 패착을 둘러싼 사건들로만 채워졌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일 뿐 보통사람의 일상은 언급조차 없었다. 역사를 접하고 익히면서 옛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난 적이 없다. 역사에는 세상의 맥박과 사람들의 숨결이 실종되었다. 역동성과 사실성을 결여한 역사는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역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몰각한 ‘그들’의 기록이었다. 


한국계 미국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Pachinko)’를 원작으로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가 세상을 놀라게 한다. 승자의 기록으로서 역사는 들려주지 않는 삶의 발자취를 드러낸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욱 가혹했을 터이다. 그런 역사는 아무도 조리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힘가진 자들의 기록을 이어가는 역사의 그늘에 묻히고 말지 않았을까. 일제강점기에서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생생한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과 깨우침을 끼친다. 살면서 겪은 차별과 혐오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개인의 존재와 국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에게 기대했던 깨우침을 이야기로부터 건져 올린다.


스토리텔링의 시대가 아닌가. 온라인의 지평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자신의 기록을 남길 통로는 수없이 많다. 역사를 이긴 자들만의 도화지임을 거부하고, 용기있게 또는 담담하게 삶을 드러내고 기록해야 한다. 작가 이민진의 자취와 기억은 콘텐츠로서 성공에 이를 뿐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공평하게 바라보는 데 기여하는 중이다. 


당신이 품은 삶의 자취, 느낌과 소회를 담은 이야기는 미래의 누구에겐가 오늘을 솔직하게 배우게 하고 보통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왕 또는 지배자만 기록했던 죽은 역사에 싱싱한 울림과 뜻깊은 헤아림을 제공할 터이다. 당신이 지나온 기억창고를 열어보았으면 한다. 당신의 자리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스토리는 당신이 아니면 되살릴 사람이 없다. 


역사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역사는 생생하지 않을까. 보통사람의 하루하루가 생생하게 담긴 역사는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대통령과 왕만 역사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습관은 벗어야 한다. 당신만의 이야기와 느낌, 성공과 실패, 사랑과 미움으로 그득할 스토리는 더욱 풍성한 콘텐츠가 될 터이다. 


고증과 확인은 역사학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실제로 걸어왔던 길을 기억하고 돌아보는 노력만으로도 훌륭한 역사의 밑거름이 된다. 남들이 기록하는 대로 읽기만 하던 역사를 극복하고, 당신의 이야기로 역사를 깨우치게 이끌어 보았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의미있을 재미있는 역사기록이 시작되었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온라인 세상에 나만의 역사를 남겨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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