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지나갔다. 떠들썩한 몇 달 동안 정권심판을 떠올리고 국정안정을 기대하며 새 국회가 선출되었다. 이모저모로 세상의 이목을 끌면서 민주주의의 잔치는 한 자락 역사가 되었다. 국민은 살아 움직이는 정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육중한지 절감했으며 정치의 지향성을 설정하는 시민의 힘을 다시 보았다. 당선의 기쁨을 누렸거나 낙선의 쓴잔을 들었어도 국민의 결정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새 국회는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가 되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진영으로 편을 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볼 만큼 보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릴없이 좌와 우로 가르며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 실력과 의지가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헤아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방법이 다르고 이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의원들은 모두 국민을 위한 ‘한 편’이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온갖 어려움 앞에 하나가 되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은 ‘품위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선동과 막말을 수다하게 겪은 국민은 실체있는 담론과 결실맺는 토론을 기다린다. 사이다 말펀치가 간혹 속시원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냈던 기억이 없다. 당신을 뽑아준 지역유권자를 부끄럽게 하고 국가의 의정단상을 욕보이는 행태를 더는 안 보았으면 한다. 다음세대에게 본이 되는 국회가 되어주시라.
물론 국민도 바뀌어야 한다. 임기 내내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아니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게 하며 선거 때만 큰절을 받는 구태를 끊어내야 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되 끊임없이 결실과 성과를 요청하는 적극성을 길러야 한다.
국회를 통해 민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소통하여 아이디어를 던지고 제안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가 긴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국민이 부지런해야 할 모양이다. ‘국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려면, 국회의 임기 4년을 국민의 목소리로 채워야 한다.
세상이 달라졌다. 새 국회가 만나는 나라가 새로운 나라이며,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국회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신선한 국회의원이 되어 주시라. 세상을 바꾸는 기대로 가득한 길 위에 당신의 노력과 성과가 분명히 보이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어 주시라. 국민의 요청에 국회가 귀를 기울이고 국회의 노력에 국민이 화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가슴 뿌듯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