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축제, 여름 올림픽이 멋지고 훌륭하게 지나갔다. 대한민국 대표단 젊은 선수들은 기대를 넘는 좋은 결과를 낳으며 개선하였다. 금, 은, 동메달을 각각 열셋, 아홉, 열 개를 획득하였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더없이 행복하였겠지만, 은과 동을 딴 선수들은 누가 더 기뻤을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높은 자리를 차지했을 2등이 낮은 3등보다 낫지 않았을까도 싶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학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만족도를 10점 척도로 조사하였다. 은메달리스트의 만족도는 평균 4.9점이었던 반면, 동메달획득자는 평균 7.1점을 기록하였다.
은메달리스트는 마지막 순간에 금메달리스트에게 이기지 못한 짚은 아쉬움을 가졌으며, 동메달리스트는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승리를 맛보며 시상대에 오른 것이다.
즉 메달의 색깔이 결정되기 직전에 은메달 획득선수는 졌지만, 동메달은 이긴 게 아닌가. 하마트면 마지막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였겠지만 결국 승리하면서 메달리스트로서의 감격을 맛본 터이다.
이는 심리학이 이야기하는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와도 맞닿아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겪고 나서 반드시 가지게 되는 생각의 구조로서, 인생을 되돌아보거나 벌어진 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일을 일컫는다.
사후가정사고는 안도감, 즉 부정적인 생각을 진정시키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후가정사고가 은메달리스트에게보다 동메달리스트에게 보상적 심리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 결과, 보다 나은 행복감에 젖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가지 않은 길’을 노래하였다. 노란 숲속에 난 두 길을 우리는 어차피 모두 가 볼 수는 없다.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지만, 결국 한 길을 택해야 한다.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으로든 나아가야 한다.
그런 끝에 우리는 모두 돌아보지만, 결과에 대한 감상은 드러난 등수나 점수보다는 늘 마음 속에 있다. 그 누구의 노력과 성과를 겉으로 보이는 결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남도 평가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우선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고 결과를 딛고 계속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길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메달리스트들은 물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고맙고 고맙다. 대한민국이 세상과 겨루어 결코 뒤처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영국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던가. 젊은 선수들에게 나라 안 모습은 부끄럽지 않은가. 젊은이들이 한껏 올려준 자부심의 기대치만큼, 나라의 품격을 오늘보다 한층 올려야 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며 열심히 땀을 흘릴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나라를 나라답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낼 새 힘과 용기를 온 나라가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