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그러네 Oct 19. 2019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생겨난다. ‘가끔’이 아니라 ‘흔히’ 발생하는 걸 보면, 이 사회가 갈 데까지 간 게 아닐까. 법정에 선 실력자의 따님께서 `돈도 실력’이라 했을 적에 우리는 분노하였다. 공정해야 할 대학입시의 문을 ‘돈’으로 열었던 일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읽혀서 국민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이미 ‘취업지옥’이다. 수백 대 일 경쟁. 실력을 닦아 사람 몫을 해 보려는 젊은이들에게 ‘낙타의 바늘귀`다. ‘빽도 실력'이라고?


강원랜드와 우리은행.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럴듯한 이름이 아닌가. 사람을 뽑는다면 젊은이들이 구름같이 모였을 터이다. 뽑았다는 신입직원들을 다시 살펴보니 힘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 청탁한 결과라니! 젊은이들은 해도 해도 펼쳐지지 않는 `취업의 꿈`에 시달리며 날밤을 새운다. 청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들이 쌓은 실력은 도무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일을 어찌 할 것인가.


일자리를 쉽게 잡았을 그 청년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가. 당신 탓에 기회를 빼앗긴 동년배들에게 ‘빽도 실력이다`라 우길 셈인가. 뒷 배경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든, 그것이 스스로 갈고닦은 결과인가. 실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당신과 당신을 도와준 그 분은 이 일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평생, 탈취한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무거운 짐으로 여겨야 한다.


취업준비생 여러분에게도 한마디 건네기로 하자. 저들이 불의와 부정의로 이 사회를 멍들이고 있는 동안, 당신은 그래도 ‘실력’을 쌓도록 하자. 옳지 않은 일과 부도덕한 소위는 반드시 드러나 평가받는다. 이게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식의 문제였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진짜 내공을 기르기로 하자. 길이 험할수록 거둘 열매에서 맛볼 행복과 환희가 눈부실 것임을 믿기로 하자.


드러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에 끝없는 해악을 끼쳤을 이 정도 문제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어두운 소식에 무너지는 마음이지만, 오히려 다짐을 새롭게 하여 굽은 것을 바로 세우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면목없다`고 답할 일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고쳐갈 것인지 고민하는 당신이 되었으면 한다.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시스템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그다음 백년을 또 준비할 것이므로. 취준생 여러분, 그래도 파이팅!


장규열, 한동대 교수.

매거진의 이전글 이걸 왜 밖에서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