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시집_상실의 시간_ 0. 간조

간조 : 바다에서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상태.

by oh오마주

새벽안개보다 칙칙한 시를 쓰고 싶다.

짙고 우울하여 어제쯤은 오늘에 비하면 아무 상관없을 정도의 상실을 상상하고 싶다.

세상 모든 합은 0이라는 진리로, 선(Line)과 선(善)을 긋고 싶다.


매일 괴롭다면, 매일 쓰면 되지 않을까, 했다.

남겨놓으면 소비재가 생산재가 되는 상실의 시간.




0. 간조


드르륵드르륵

바퀴 달린 내 가방은 오늘을 싣고 내 뒤를 달렸다

깊은 우울이 해를 피해 달아날 때

간조의 바닥에는 강아지풀이 알을 깨고 나왔다

바람은 후후 불었는데

강아지풀은 걱정도 없이 살랑살랑 인다


바퀴가 꺽꺽 소리를 내며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를 때쯤

엄지에 힘을 실었다

아앞 프으 로오 앞 으 로 앞으로

어금니와 연결된 어깨가 악 소리를 낼 때쯤

뒤를 돌아보니 한층 더 높아진 짐

고개를 끄덕여야 했던 사건 사고들을 성장통이라는 통에 넣었다

달그락 거리던 게 어느 순간 묵음이다


온 세상은 아침이었을까

마침 아침이었을 뿐이었을까

등을 바람이 민다

후후 하고 입김을 분다

나도 어느 한때와 같이 걱정 없이 살랑살랑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