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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16. 2024

잠자리

내가 너를 통해 잡던 것은 가을이었어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햇빛이 내리 쬐는 늦여름에 날아 다녀 가을에 그 얇은 네 개의 날개를 손가락으로 접어 쥐면 손안에서 바둥거리며 꼬리를 접었다 폈다 하던 잠자리가 가을이 아닌 늦여름에 날아 다녀 어릴 손가락 안에 잘도 잡히던 잠자리가 이제 잡히지도 않아 그래서 나는 이제 가을을 잡을 없게 됐어 여름에 날아 다니는 잠자리를 잡는다고 가을이 되는건 아니잖아 나는 가을을 잡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는 가을을 잡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어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늦여름에 내 눈 앞에서, 차창 앞에서 날아 다녀 내가 잡던 가을이 없어져 버리 것만 같아 내가 너를 통해 잡있던 것은 가을이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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