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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냉장고처럼 나도 텅텅 비어간다.

있음 거만해질까봐, 안굽힐까봐 풍족히 안주는게 주란 말에 성경책을 버렸다

by O Ri 작가



냉장고 문을 열어 젖혔다. '아, 어쩌지!' 너무 텅텅 비었다.

요리를 하고 싶다. 요리를 창의적으로 전문적으로 잘하진 않지만, 레시피 대로 잘 따라는 하는 편이다. 반찬 만들어 동네 지인들에게 돌리면 맛있다는 말을 듣는 편이긴 하다.


처음엔 요리에 관심만 있지 똥손이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한테 누가 요리해 주는 거 처음이라며 나의 망친 요리를 먹어 줬던 사람도 있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올랐을 때는 친구들이 나중에 나이 들어서 근처에 붙어 살게 되면 나보고는 간식 만들고 요리하란다. 자기들이 설거지는 해 준단다.


반찬 만들고 요리해서 지인들과 나누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편이다. 그런데 요리를 제대로 못한 지 몇 달 됐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와. 오랜만에 얼굴 보고 얘기하자. 곱창 구이 먹을까?"


같은 시에 살아도 서로 사는게 바쁘고, 애들 일로 바빠서 친구들끼리 얼굴 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멀지도 않은데 각자 아둥바둥 살아 가느라 뭘 그리 얼굴 한 번 보기 힘든지 모르겠다.


단짝 친구나 나나 술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우리는 술은 패스 했다.

그 동안 쌓인 얘기들이 쉼 없이 오고 갔다. 나이 칠십, 팔십 넘은 부모님들 얘기하며 눈물도 찔끔 했다. 스무 살 성인이 다 된 단짝 친구의 아들들, 이제 초등생인 내 아들 얘기에 오랜만에 정말 크게 웃었다.


요 근래 그렇게 크게 웃어 재낀 적이 있었나 싶었다. 초등 아들 얼굴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나지만, 소리 내서 크게 웃은 지가 언제였지 싶었다.


속 다 털어 놔도, 지금 내 모습과 마음이 너무 빈곤하고 초라할 때 만나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그런 친구 하나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내 덕에 친구의 지갑이 탈탈 털리는 날이긴 했다. 넉넉한 양의 곱창 구이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이 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맘 편하게 마신 게 요 근래다.


정말 마시고 싶었는데, 쭉 들이키는 그 시원함이 나의 타는 속까지 얼얼하게 적셔줬다.







요즘 남동생과 나는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로 했다. 부모님에게 힘든 자식들이 짐이 되어 가는거 같다


하늘을 쳐다보면 하얗게 피어 오른 뭉게 구름에 청량하고 하늘빛이 가득한 맑은 하늘이다. 핸드폰으로 저렇게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사진을 찍게 된다. 자꾸만 하늘 사진을 찍게 된다.





숏폼 드라마 아이템을 몇 개나 정리해 놓고 집필할 기운이 없다. 내일은 또 어쩌지... 왜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작가 하겠다는 청소년들 있으면 경제적인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곳이 아니니 잘 생각하라고 한다. 작가 계약 했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사는게 절대적으로 힘든 바닥이다.

스타 작가가 되는 건 몇 백 명 중 한 명일까 말까다. 희망이란 게 부질없이 느껴지는 바닥이다.

글 잘 쓴다고, 아이템 많다고 인정 받았다고 다 될 거란 생각도 버려야 하는 바닥이다. 보이지 않는 힘의 장난질도 참 사람 지치게 하고 엿 같아서, 사는 게 왜 이럴까 싶은 생각이 몇 백 번은 드는 분야다.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꾸준히 끊임없이 글을 써 대도 그 열정이 바닥으로 내쳐져 지침만 남는 바닥이다. 그러니 그 끝없는 시험과 괴로움을 정말 독하게 이겨낼 자신 있는 게 아니면 아예 발 담그지 말라고 충고한다. 한 번 발 담그면, 그렇게 힘들면서도 마약보다도 징하게 미련을 남기는 바닥이기도 하다. 그러니 함부터 발 담그지 말았음 싶다. 차라리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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