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의도
1. 작품명 : 미워도 가족
2. 장르 : 일일드라마, 가족드라마
3. 분량 : 30분 X 100회
4. 작가 의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치솟는 물가, 시행 안 하는 회사가 거의 없는 희망 퇴직 시대,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가정들이 있다.
사업이 망하거나 이혼으로 힘들어진 자식들, 여유 있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도와 달라고 한다.
황혼기에 있는 부모, 언제까지 다 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걸까, 싶다. 지금의 70대들은 가난 속에서도 열심히 살면서 재산을 일구어 왔다. 열심히 살아 보는 게 인생이라도 몸소 겪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자식들은 힘들고 부모에게 손부터 벌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 힘으로 살아 보라고 외면해 본다.
시대가 변했고, 시대 자체가 힘든 거지 내 잘못이 아닌데 어떻게 자식과 손자 손녀를 외면할 수 있냐는 자식들에게 부모 퇴직을 선포한다.
자식들은 그런 부모가 원망스럽다며 연을 끊겠다고 등을 돌려 버린다.
<미워도 가족>은 한 가족이 서로를 외면하고 등을 돌린 것처럼 보여도, 결국 가족을 찾게 되고 화해해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 한 가족을 통해 지금 이 시대의 부모와 자식 사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살려 보고자 한다.
5. 등장인물
오유일 (38세 여)
항상 성실하고 열심이지만 뭔가 모르게 빈 곳이 있다. 자존심 세지만 본인에게만 엄격하고 부지런하며 남들에게는 이해심도 많고, 배려하는 편이다. 자기 의견과 좋고 싫음을 분명하고, 가족에게는 참을 때까지 참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포기를 잘 모르는 성격이다.
힘들 땐 혼자 극단까지 생각하며 생각이 많다. 사람을 잘 미워하는 편이 아니지만 한 번 화나면 다신 돌아보지도, 미련도 안 남기는 성격이다..
오덕환과 정인복의 장녀로 고생 없이 성장했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은근 상처받은 게 있다. 임병일과 이혼하면서 모든 게 서러워지고 원망스럽다.
임하중 (10세 남)
오유일과 임병일의 외아들.
스마트하고 똑똑한 아이로 오유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좋고 싫음이 너무 분명하고, 오유일에게는 한없이 애교 있고 자기주장과 고집이 센 편이지만, 엄마 껌딱지에 엄마 바라기다.
평소엔 말이 별로 없지만, 한번 말할 때마다 뼈가 있고, 다소 어른스러운 면도 있다.
오선일 (36세 남)
오유일의 하나뿐인 동생이자, 오덕환과 정인복의 아들이다.
곧 죽어도 자존심과 가오로 살아야 한다는 게 인생 타이틀이다. 욕심도 많고, 단순하며 착한 편이다. 반면 다혈질 기질이 있고, 가족에 대한 애착과 기댐이 많은 편이다. 가족 거는 다 자기 것과도 같아서 부모 거는 결국 다 자기 거다.
호기심이 많고 싸울 땐 막 싸우더라고 다음 날 또 아무렇지 않게 전화하고 대화하는 스타일이라, 엄마인 정인복과 죽이 잘 맞는 편이다.
윤애린 (36세 여)
오선일의 와이프이자 중학교 동창이다.
현실적이고, 계산이 빠르다. 애교나 속정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싹싹하고 아니다 싶을 때는 은근히 쳐내는 스타일이다.
오선중 (15세 님)
오선일과 예린의 첫째 딸.
욕심 많고, 양면의 칼날이다. 밖에서는 여우 기질이 있어 야자답고 인간관계도 실속 있게 잘하는 편이다. 집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성질을 이길 수 없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죽어라 노력해 유명한 사립 학교에 입학 했다.
오선지 (13세 여)
오선일과 예린의 둘째 딸.
말이 별로 없고, 머리가 좋은 편이지만 감정이 여려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편이다.
오덕환 (66세 남)
정인복의 남편이자 오유일과 오선일의 친부.
가족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하지만,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옆에서 드러누워도 신경도 안 쓴다.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고 나에게 있는 그대로 만의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한 달에 자신이 정해 놓은 돈 안에서만 쓴다. 핸드폰도 전화만 잘 되면 됐지, 굳이 문자 치는 법이나 앱 사용법 등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정인복 (64세 여)
오덕환의 와이프이자 오유인과 오선일의 친모.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갖게 되면 혼자서 어떻게든 그 새로운 것에 대한 사용법을 알아내 쓰는 성향이다. 다혈질에 목소리가 크고, 겉으로는 센 척해도 속은 겁이 많고 여린 편이다. 욕심은 많지만, 허영심은 없다. 오덕환이 전부 가져다 주는 월급과 보너스로 한 푼 한 푼 모으고 투자해 재산을 늘려 놨다.
수도권 바로 부근의 시골에서 돈도 많고 땅도 많았더 친정아버지가 아들들밖에 몰라서 물려받은 게 땅 조금 밖에 없다. 그런데 본인도 아들, 아들 하면서 애들을 키웠다.
임병일 (37세 남)
오유일의 전남편이자 하중의 친부.
김경선 (38세 여)
오유일의 단짝 친구이지 중고등학교 동창.
장구원 (40세 남)
PD, 오유일의 선배이자 오유일을 짝사랑했던 엄친아다.
매너 좋고 훈훈하게 생겼으며, 일도 잘하고, 집안도 좋은 편이다. 일할 때는 철저한 편이다.
장구일 (67세 남)
방송국 사장, 장구원과 장구성의 친부
이유영 (65세 여)
장구원과 장구성의 친모
장구성 (37세 영)
구성작가이자 장구원의 여동생
유미성 (38세 여)
방송 메인 작가, 오유일과 일할 때 경쟁자였다. 장구원이 짝사랑하는 오유일을 유난히 시기하고 싫어했다. 더구나 오유일 때문에 불륜이 들통나 개망신 당할 뻔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연기든, 뭐든 하는 여자다. 천성이 나쁜 건 아닌데, 무능력한 아버지 밑에서 엄마 고생하는 거 보며 살기를 품었다. 힘있는 사람에게는 온갖 애교 다 부린다.
박기일 (37세 남)
오선일의 업계 선배이자 친하다면 친한 형이다. 혼자 살면서 자유를 즐기고 사는 수단 좋은 사업자다. 강남은 아니지만 서울에 건물도 한 채 가지고 있다.
김성진 (45세 남)
10년 전, 구성 메인 작가이던 오유일이 드라마 작가 협회 다니며 쓴 드라마 시놉시스를 뺏는다. 그 드라마 시놉시스로 인기 드라마 PD가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드라마 국장이다.
그 외,
6. 전체 줄거리
주저앉았다. 밖에서는,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울지 않는 나 오유일이다. 악착 같지는 않아도 살기 위해서는, 지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나 오유일이다.
자존심 세지만, 나한테만 엄격하고 남들에게는 관대하고 배려도 잘한다. 재벌이나 부자는 아니어도 평생 크게 고생해 본 적은 없다.
그런 내가 길거리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힘없이 무릎이 꺾여 버리는 내 무너짐이 이런 거구나 싶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터지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처음으로 나이 32세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지나가는 번화가 길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울어 버린다.
비가 내린다. 조금씩 추적추적, 땅 위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는 된다.
유일은 아침부터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집안의 모든 물품들이 밖으로 다 꺼내 있다. 이미 박스나 가방에 싸 놓은 것들도 있다. 이사 나가는 날이라 어수선하다.
유일은 빠르게 식탁에 먹을거리를 차려 놓는다.
하중이를 깨워서 세수하라고 화장실에 들여보내고 빠르게 비비 크림이랑 마무리 팩트만 톡톡 한다.
식탁으로 가 하중이를 챙기는 전화가 걸려 온다. 이삿짐센터다. 유일은 시계를 확인했다. 예약 시간 20분 전이다.
유일은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유일을 챙겨서 먹여서 후딱 양치를 시킨다. 이삿짐센터 인부들이 수레에 상자들을 잔뜩 쌓아서 들어온다.
유일은 하중이 책방을 챙겨 하중이 손을 잡는다.
“잘 좀 부탁드려요. 금방 올게요. 말씀드렸듯이 짐이 많지 않아요.”
유일은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하중과 나간다. 하중을 학교 앞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걸어가며 여기저기 전화를 건다. 부동산이랑 통화를 하고, 세입자가 들어오는 시간을 확인한다. 각종 공과금 콜센터에 전화해 계좌 번호와 금액을 받고 계좌 이체를 한다. 집에 도착해 이삿짐 싸는 걸 살피며 이삿짐 직원분들 커피도 사다 드린다.
이삿짐 다 싼 텅 빈 집을 잠시 쳐다보지만, 정체할 시간이 없다. 부동산으로 뛰어가 잔금을 받고 계약을 치른다. 이사 갈 집으로 부지런히 걸어간다.
이사 갈 집의 건물 1층 부동산으로 간다. 잔금을 입금하고 건물 현관 키와 대문키를 받고 올라간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이삿짐센터가 들어가는 걸 확인한다.
다시 학교 앞으로 뛰어가 하중이를 픽업해 돌아온다.
이삿짐이 다 옮겨지고 이삿짐센터 잔금을 치르고 나서야 잠시 앉는다. 유일은 잠시 멍하니 신축이지만 월세인 방 하나만 딸린 오피스텔을 멍하니 쳐다본다.
“엄마, 나 배고픈데.”
유일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하중을 쳐다본다. 동시에 벨이 울린다. 현관 모니터를 본다. 단짝 친구 경선이다.
잠시 후, 대문으로 들어 온 경선은 후딱 이삿짐이 아직 다 정리되지 않는 오피스텔 안을 쳐다본다. 애써 밝게 하중을 쳐다보며 두 손에 든 족발과 치킨 포장해 들고 온 걸 들어 보인다. 식탁에 내려놓고 유일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다며? 먹자, 일단 먹고 보자.”
식탁에 음식을 펼치는 경선, 셋이 둘러앉는다. 하중이 맛있게 먹는 걸 쳐다보며 긴장이 풀리고 안심하는 유일, 작은 한숨을 내뱉으려다 겨우 삼켜버린다.
“혼자 힘들었지? 이사 날 챙길 것도 많고, 부동산도 가야 하고 애도 챙겨야 하고.”
유일, 그저 피식 웃는다. 이혼 전, 함께 살 때가 생각난다. 아이 방 만들어 주고 싶어 방 3개짜리로 이사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복도에 서서 핸드폰만 하고 있던 병일의 모습.
“언제는 혼자 아니었나, 뭐. 항상 나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같이 있는 게 의미가 없었는데 뭘.‘
경선, 다 안다는 듯 유일의 한 손을 지그시 잡고 토닥여 준다.
”이럴 때 가까이 사시는 너희 부모님이라도 들여봐 주심 좋았을 걸.“
경선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삼키며 유일의 눈치를 살핀다. 괜스레 하중에게 많이 먹으라며 챙긴다.
장을 보고 있는 인복, 무뚝뚝한 얼굴로 과일을 고르고 있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선일이다. 인복은 전화를 받는다.
”왜?“
선일은 그냥 뭐 하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하는데 인복은 괜스레 퉁명스럽다. 유일이 이사하는 날 아니냐며 안 가 봤냐고 묻는데 복장이 터지려 한다. 인복은 전화를 끊어 버린다.
유일이 이사하는 걸 보러 가서 뭐 한다고 가겠는가 싶다. 기집애가 겁도 없이 이혼을 했다. 부모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저 와서는 이혼하기로 했다면 변호사비를 빌려 달라고 했다. 여자 혼자 애를 어떻게 키우려고, 이혼은 왜 하냐고 소리부터 질렀다. 솔직히 유일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미친놈.” 소리 밖에 안 나왔다.
말문이 막혀 더는 말도 못 하고 있는 인복 대신 덕환이 변호사비 1천5백만 원을 빌려줬다. 갑을 년이었다. 집 전세 내 주고 이사가는 날 입금한다고 했다.
인복은 덕완헤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유일이가 빌려간 돈 입금 했냐고 물었다.
덕환은 친구들과의 모임 중이었다. 유일이 이사하는 날이지만 거기 가 봤자 속만 착잡할 거 같고, 마침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 건강하게 맛있는 거 먹고 둘러않아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덕환은 인복의 전화를 받고 속주머니에 고히 넣어 놓은 통장이 생각났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해 보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 말해 주겠다 하고 끊었지만, 유일은 입금했을 거다. 부모 돈이라도 따박따박 갚는 애였다. 선일이랑 달랐다.
덕환은 친구들이 자식들 얘기와 손자, 손녀 얘기하는데 들으며 같이 웃기만 했다. 딸은 요즘 애들 말대로 경단녀에 주부로 있다. 직장도 없이 이혼부터 했다. 아들 놈은 사업이 위태하다고 난리다.
덕환은 친구들이 자식들이 선물로 준 여행 이야기며, 자식들의 번듯한 직업 얘기를 들으며 속이 쓰렸다. 당당히 자랑할 만한 얘기가 없는 게 속상했다.
도대체 우리 집 자식들은 왜 이러는지, 뭐가 잘못된 건지 속만 터졌다.
선일은 빌라 앞에 주차한 차에서 내려 대리 기사에게 인사하고 운전석에 올라탄다. 편안하게 등과 머리를 기댔다.
하루 종일 몇 되지도 않는 직원들 눈치 보랴, 욱해서 큰소리치랴, 점심밥도 못 먹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세잔이나 들이켰다. 고등 동창이란 놈이 제일 먼저 선일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욕이 나오려 한다.
저녁에는 기일과 사 주는 고급진 회에 술 한잔 걸쳤다. 기일이 선뜻 내 주는 대리 기사 비를 넙죽 받아 집 앞까지 왔다. 차창을 열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운전대 옆에 꽂아 놓은 핸드폰이 눈에 보인다. 어쩔까 하다가 유일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왜?”
오늘은 전화를 걸자마자 엄마도, 누나도 제일 먼저 하는 소리가 퉁명스럽게 “왜?”다.
“이사 잘했는지 싶어서 했지.”
유일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아빠 닮았다고 엄마한테 은근 미움 받으면서도 항상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누나다. 그런 누나가 잘 되지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그런 놈 만나 10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이혼이라니, 참 인생 씁쓸하다.
유일은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어도 겨우 풀어서 정리해 놓은 싱크대를 열어 봐도 먹을 게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치도 다 떨어지고 국물만 남아 있다.
하중을 재워 놓고 불 꺼진 작고 긴 식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으려니 선일에게 전화가 오고, 미친 건 아닌지 병일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 55분이다. 짜증이 확 오른다. 받지 않는다. 또다시 진동이 울린다. 병일이다. 받지 않는다.
문자 알림 진동이 울린다. 유일은 한숨을 쉬며 문자를 확인한다. 병일이다.
’재산 분할 주기로 한 거 4천만 원 되도록 빨리 입금해 줘.‘
유일은 핸드폰을 꺼 버린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던져 버리고 싶은 걸 참고 식탁 위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속이 터질 거 같다. 재판 끝까지 가서 위자료를 받았어야는데, 하중이랑 일단 살고 봐야겠다 싶어서 조정으로 끝내느라 애만 돈만 날렸다. 수석이라는 변호사는 그렇게 유일이 꼼꼼하게 방대하게 준 명확한 증거들을 가지고 여태 담당 변호사가 잘 변호해 놓은 판에 오점을 남겼다. 빚까지 유일이 다 떠안았다.
유일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샷시 창문을 조금만 열었다. 작은 얼굴이 밖으로 내놓아질 만큼만 열었다.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서서 창문을 목이 닿도록 닫고는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얼른 작은 얼굴을 빼내고 샷시 창문을 닫았다. 여러 번도 아니고 딱 한 번 지른 소리에 그저 뭐야, 하고 다들 또 자겠지 싶었다. 하중이는 어차피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애다.
이제 살아가야 한다. 유일은 이제 하중의 유일한 양육권자이자 친권자이며 가장이다.
유일은 TV를 틀었다. 재야의 종소리가 방송되고 있다. 이제 밤 12시다.
유일은 매달렸다. 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살아야 한다.
“아니, 국장님 뭐라도 일거리 좀 주세요. 일하게 해 달라고요. 저 드라마 전공도 실력 인정 받고 프로그램 다 맞췄잖아요.”
“야, 너는 무슨 9년 만에 찾아와서 생떼야. 지금 엔터계도 방송계도 힘들어, 있는 애들도 나가는 판에. 너 9년이나 일 안 했잖아? 갑자기 찾아와서 생떼 부린다고 일이 주어지니?”
유일은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생떼라도 해도 좋고, 지랄이라 해도 좋았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다. 근근이 하고 있는 베이커리 카페의 파트 알바로는 생활이 힘들었다. 배고팠다.
주택 담보 대출부터 다 갚고 시작하느라 그나마 꼴랑 작은 아파트 하나 있는 거 전세주고 매달 세를 내야 하는 월세살이가 만만치 않을 거 같다. 거기다 부모님한테 빌린 변호사비 갚고, 병일한테 조정 합의한 재산분할금 4천만 원 보내주고, 월세 보증금 내고, 첫 달 월세 내고 나니 남는 게 별로 없다. 살아야 한다.
유미성 작가가 국장실에 들리려다 문 앞에서 이를 다 듣는다.
유일은 방송국을 나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반가워 하는 사람도 있고, 뜬금없이 9년 만에 왠일이냐는 사람도 있다.
미성은 그날로 유일이 일거리 떼쓰러 국장님 찾아온 사실과, 이혼해 거지꼴 났다는 사실이 방송국에 소문난다. 장구원의 귀에도 들어간다. 장구원은 핸드폰에 아직도 저장된 유일의 번호를 보고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
선일은 집에 들린다. 인복의 눈치를 살피며 엄마랑 만두를 만들고, 엄마가 쪄 주는 만두를 먹는다.
덕환이 들어온다. 덕환은 선일을 한 번 보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없다. 선일 혼자다. 덕환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와 식탁에 앉아 애들은 안 왔냐고 묻고는 만두를 먹는다.
선일은 학원 땜 바쁘다고 대답하고는 선일과 덕환의 눈치를 살핀다. 할 말이 있는데 못하는 얼굴이다.
선일은 인복이 챙겨 준, 만두가 가득 든 백을 두 개나 챙겨 들고나온다. 하나는 유일이 거다. 선일은 차에 만두를 실으며 돈 얘길 못하고 나온 게 영 아쉽다.
얘길 꺼내야는데 미치겠다. 유일의 이혼 문제로 타이밍이 애매하다.
결혼 때 인복이가 유일 명의로 사둔 소형 아파트를 넘겨 줬었다. 그 집을 전세주고 월세 간 유일의 일로 인복과 덕환은 심란하다. 내색을 안 하고 싶어 할 뿐이다.
“매형이 아니라 사기꾼이었어. 사기꾼. 결혼식 때 엎었어야 하는건데. 아, 그 새끼 진짜, 누나랑 우리 부모님 등골만 빼 먹고 양심도 없이 누나 명의로 대출 다 져 놓고 쌩까고 가? 거기다 바람가지 피고? 죽여버릴 수도 없고.”
선일은 곧바로 유일의 이사한 집으로 가 만두를 전해 주고 집으로 간다. 아무리 신축이라지만 방 하나 겨우 딸린 오피스텔로 이사한 유일의 꼬라지가 직접 보니 진짜 심란하다.
유일은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는다. 조정으로 재산분할금 주고 끝냈지만 양육비는 변호사가 매달 120만원이나 받아 줬다. 판사도 명백한 증거들과 조정 때 뻔뻔한 병일의 태도에 괘씸했던 건지 유일의 변호사가 요구하는 대로 판결을 내줬다.
그러나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일단 양육비 이행원의 도움으로 양육비 이행 소소을 진행 중이다. 하중이랑 먹고 살아야 하니 제대로 된 취직이나 일거리가 급하다.
유일은 파트 알바를 하며 여기 저기 연락해 일거리나 취직 자리를 찾는다.
그 사이 구원에게 연락이 온다. 유일은 9년 만에 구원과 마주 앉으 커피를 마신다.
선일은 작정을 하고 인복과 덕환에게 돈 좀 해 달라고 매달리기 시작한다. 덕환은 화가 나기 시작하고 결국 선일과 유일에게 부모 퇴직 선언을 한다.
“나는 늬들 고생 없이 네 엄마 하자는 대로 학원 보낼 거 다 보내면서 열심히 키웠다. 내가 뭐 사업을 하냐, 재별이냐 .키워 놨으면 늬들도 늬들 힘으로 나처럼 열심히 살아봐. 당분간 부모 없다 생각하고 돈 얘기 하러 오지 마, 절대. 나 늬들 부모 퇴직 할란다. 나 혼자 여행이나 다니면서 나도 내 노후나 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