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S# 1. 아파트 단지.
소형 아파트 단지 전경.
동 앞에 이삿짐센터 차가 정차해 있다.
S# 2. 유일의 집안.
방 2개에 부엌 겸 작은 거실, 화장실이 있는 20평 정도 되는 집 안
이삿짐 정리해 놓은 어수선한 풍경. 침대 방,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하중.
부엌에서 간단하게 일 인분의 아침밥을 차리고 있는 유일의 모습.
유일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유일.
유일 : 네, 네. 올라오셔도 되요.
유일, 재빨리 침대방으로 들어간다.
S# 3. 침대 방.
유일, 불도 켜지 않고 침대 위로 재빨리 올라가 하중을 깨운다.
유일 : 아들, 학교 가야지. 얼른, 얼른 일어나서 세수.
하중이 뒤척이다 겨우 일어나 눈을 비빈다. 유일의 손에 등 떠밀려 침대에서 내려와 방 밖으로 나간다.
S# 4. 부엌 겸 거실.
화장실로 들어가는 하중, 세면대 물 트는 소리.
유일은 침대방에서 나와 하중이 갈아 입을 외출복을 챙겨 식탁 의자에 걸쳐 놓는다.
화장실에서 나온 하중, 식탁 의자에 앉는다.
유일 : 아들, 옷 갈아 입자. 아저씨들 들어오실 거야. 얼른.
하중, 의자에 걸쳐진 옷들을 들고 침대 방으로 다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유일,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수레에 바구니와 상자를 잔뜩 싣고 들어온다.
하중이 옷을 갈아입고 막 침대방에서 나와 식탁 앞에 앉는다.
유일 : (하중에게) 밥 먹어.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말씀드렸지만, 침대랑 책상은 버릴 거고요, 냉장고랑 TV랑 (빠르게 뒤돌아 둘러보더니) 세탁기랑 여기 이 책장이랑 서랍장만 가지고 갈거에요. 옷이랑 부엌 용품이랑 가져갈 건 제가 다 꺼내서 내놨고요.
하중이 밥을 다 먹었다. 유일은 하중에게 치약 묻은 칫솔을 손에 들려 화장실로 들 보내며 부동산에 전화를 건다.
유일 : 네, 지금 이삿짐센터 오셨고요. 몇 시에 가면 될까요?
하중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하중의 책가방을 챙겨 들고 현관 신발을 챙겨 신는 유일.
유일 : (집 안에 대고 큰소리로) 잘 부탁드려요. 금방 올게요.
유일은 하중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S# 5. 복도.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 얼른 버튼을 누르는 유일.
하중 : 우리 이제 어디로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유일과 하중이 올라탄다.
유일 : (하중에게 조용히) 학교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멀리 안 가. 그때 너도 같이 구경한 곳이야.
하중, 고개를 끄덕인다. 엘리베이커 문이 열리고 내린다.
S# 6.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 전경, 동 건물 입구에서 빠르게 걸어나오는 유일과 하중.
아파트 단지를 빠져 가나는 유일과 하중의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S# 7. 대형마트 안.
장 보고 있는 인복, 핸드폰 벨이 울린다. 아들이다.
전화를 받는 인복, 목소리가 무뚝뚝하니 퉁명스럽다.
인복 : 왜?
선일 :(E) 누나 이사하는 날이잖아.
인복 :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나 보고 어쩌라고.
S# 8. 노동청 앞.
노동청에서 나오며 통화 중인 선일, 피곤하고 열 받는 표정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선일.
선일 : 아니, 그냥 잘하고 있나 해서.
인복 : (E) 잘하겠지, 알아서 하겠지
복장이 터지는지 핸드폰 수화기로 들려오는 인복의 목소리가 귀청 따갑다.
선일 : 알았어, 알았어.
선일은 전화를 끊는다. 차에 오르며,
선일 : 내가 이혼했어? 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 엄마는.
선일, 차 문을 닫기 전에 노동청 건물을 정말 짜증난다는 듯이 힐끔 쳐다본다.
선일 : 나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선일 차 문을 닫는다.
S# 9. 대형마트 안.
전화를 끊고 괜스레 주변 시선이 느껴지는 듯 이래저래 창피한 인복의 얼굴.
그냥 모른척하고 과일을 이것저것 살피며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다가 도저히 승질이 나는지 그냥 간다. 뭔가 살 기분이 안 난다.
나가는 입구 쪽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인복.
S# 10. 부동산 앞.
부동산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유일이 공인중개사랑 세입자랑 마주 앉아 계약서 도장 찍고 핸드폰으로 입금 화인을 하는 모습. 잠시 후, 인사하고 나오는 유일.
걸어가며 핸드폰으로 계좌 이체를 신속하게 하는 유일,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유일.
S# 11. 식당 안.
식당 단체석에 앉아 있는 시니어 남녀들, 그 틈에 보이는 덕환.
다들 아우, 이러면서 웃고들 계신다.
친구 1 (남) : 그래서 나이 육십 넘어 금가루 잔뜩 얹어진 커피를 다 마셔 봤잖아. 그게 한 잔에 36,000원 이더라고.
친구들, ‘오~’하는 표정으로 친구 1을 부러운 듯 웃으며 본다. 덕환도 애써 웃는다.
덕환 : (속엣말) 무슨 커피 한잔에 36,000원 씩이나 미친거지.
덕환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딸이다, 조심스레 크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덕환 : 어, 그래.
유일 : (E) 변호사비 빌린거 다 입금 했어요. 확인 하시면 되요.
덕환 : 그래, 그래, 뭐. 문자로 하지 뭘 굳이 전화했냐, 알았다.
덕환은 얼른 전화를 끊어 버린다. 친구들 덕환을 쳐다본다.
친구 2 : 그 작가라던 딸?
덕환,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씁쓸하다.
덕환 : (속엣말) 작가는 무슨, 그놈의 작가 나부랭이 한다고 고생만 했지 크게 티도 안 나고.
친구 2 (여) : 아니, 그때 그 손자가 그린 그림 보여 줬었잖아. 단톡방에 그 사진 좀 올려봐. 이제 초등생이라며 어찌 그리 잘 그려.
덕환 : 아휴, (핸드폰을 손에 쥐고 흔들어 보이며) 나는 그 사진 첨부하고 그러는 가르쳐 줘도 잘 모르겠더라고.
친구 1 : (손가락으로 덕환을 가리키며) 여전하다. 야, 요즘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가 문자 답장해 주고 이 핸드폰으로 금새 용돈 입금 시켜 주면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아냐? 그런 것도 할 줄 알아야지. 저거, 저거 여전해. (생각났다는 듯) 너 뭐. 아들네 큰 손녀는 그 유명한 예술고 다닌다며?
덕환, 됐다는 손을 흔든다.
친구 2 : 핸드폰 줘봐. 내가 해 줄게.
덕환 : 아구, 됐어, 무슨.
친구 2 : 이리 줘봐.
친구 2는 손을 뻗어 덕환의 핸드폰을 뺏어 든다. 덕환의 핸드폰을 펼쳐 들고 덕환에게 흔들어 보이며
친구 2 : 어딨어? 빨리 찾아 줘봐. 그림이 멋지고 좋던데. 그게 어디 초등생이 그린 거야, 중고생이 그렸다고 해도 되겠더라.
덕환은 마지못해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찾아 준다. 테이블 위에서 물컵을 집어 들어 마시려 하는데 물이 없다. 테이블 위를 휙 둘러보더니 물병을 집어 들고 컵에 물을 따라 단숨에 벌컥 마셔 버린다.
S# 12. 길거리
유일은 빠르게 걸어간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 옆에 전동 냉장고를 끌고 다가온 배달 매니저 아줌마가 선다. 유일은 매니저 아줌마를 보자 생각난 듯 다가간다.
유일 : 그거, 250원짜리 야쿠르트 (한 손으로 주머니를 슬그머니 뒤적인다) 5개만 주세요.
매니저 : 10개 사지, 10개가 묶음인데.
유일은 애써 미소 짓는다. 야쿠르트 매니저는 야쿠르트 5개를 봉지에 챙겨 건넨다.
유일,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한 개, 백 원짜리 3개를 꺼내 건넨다.
매니저 돈을 세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매니저 : 카드 없어요? 우리 50 원짜리 취급 안 해요.
별수 없다는 듯 100원을 다시 유일에게 건넨다. 그때 초록색 신호등이 켜진다.
유일, 미안하고 난감한데 매니저가 전동 냉장고를 끌고 홱 하니 가 버린다.
유일, 모르겠다 싶은 얼굴로 빠르게 길을 건넌다.
S# 13. 아파트 단지.
신축 아파트 대단지로 들어서고 있는 선일의 차.
S# 14. 주차장 안.
선일의 차가 들어와 주차한다. 차에서 내리며 통화 중인 선일.
선일 : 네, 네 알았어요. (버럭) 알았다니까요. 누가 돈 떼 먹어요?
선일은 전화를 끊어 버린다 열 받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동 입구로 들어간다.
S# 15. 거실.
깔끔한 신축 느낌이 확 나는 아파트 안, 대형 벽걸이 TV에 거실과 부엌이 깔끔하고 세련된 방 3개짜리 거실 풍경.
거실과 맞닿아 있는 부엌에서 만두 소를 만들고 있는 인복.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선일이 들어온다.
선일 : 엄마, 나 왔어.
인복, 대답하지 않는다..
선일 인복 맞은 편에 앉는다.
선일 : 만두 하게?
인복, 대답하지 않는다.
선일, 인복을 눈치를 슬슬 살피며 팔을 걷어 부친다. 부엌 안을 둘러 보며
선일 : 만두피는? 내가 또 만두피 잘 밀잖아.
인복, 그제야 선일을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인복 : 손부터 씻고 와.
선일,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면대 물트는 소리 들렸다 멈춘다.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인복 앞에 앉으려는 선일
선일 : 반죽은?
인복 : 냉장고에 있어.
선일, 냉장고로 다가가 냉장고 안을 훑더니 만두피 반죽을 꺼내고, 싱크대 위에 놓인 밀대와 넓은 도마, 동그랗고 오목한 그릇 하나를 챙겨 인복 앞에 앉는다.
능숙하게 인복 앞에 놓인 밀가루를 도마 위에 살짝 흩뿌리고, 반죽을 떼어 밀대로 얇게 민다. 얇게 민 만두피를 동그랗고 오목한 그릇으로 덮어 눌러서 뗀다.
인복은 그런 선일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잠시 후, 갓 쪄낸 만두를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놓는 인복.
마침,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덕환이 들어온다.
선일 : 아버지, 저 왔어요.
덕환은 그러냐는 듯 식탁 위와 인복을 힐끔 쳐다본다. 거실을 둘러본다. 없다.
덕환은 방으로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 선일 옆에 앉는 덕환, 싱크대 위 쟁반들을 쳐다보더니
덕환 : 뭐 이리 많이 해? 누가 다 먹는다고?
인복 : (퉁명스럽게) 당신 입만 입이야? (선일을 손가락을 휙 가리키며) 얘도 먹고, 그래도 갖다줘야 할거 아냐. 걔가 지금 뭐 음식이라도 할 정신이 있어?
덕환, 끙하는 표정으로 입을 닫는다.
선일 : 맛있겠다. 역시 엄마가 만든 만두가 최고라니까.
아무도 말이 없다. 선일은 인복과 덕환의 눈치를 슬며시 슬며시 살피며 만두를 먹는다.
선일 : (속엣말) 아싸, 이게 아닌데.
S# 16. 주차장 안.
한숨을 쉬며 양손에 무거워 보이는 똑같은 백을 하나씩 들고 동 건물 입구에서 나와 차로 걸어가는 선일.
차 앞에서 두 백을 내려 놓고 뒷 차 문을 열어 백을 싣는다.
차 문을 닫고 운전석에 타려다가 서서 동 건물 입구를 쳐다본다. 미치겠다.
선일 : 이게 뭐야, 정작 해야 할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선일, 투덜투덜 대며 차에 오른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선일의 차.
S# 17. 오피스텔 안.
불이 꺼져 있다. 식탁 위 조명만 켜져 있다.
유일 혼자 앉아 와인 한 잔 마시고 있다. 안주는 편의점에서 사 온 듯한 작은 쥐포 봉지 하나가 뜯겨서 그대로 놓여 있다.
유일은 불이 꺼진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방 쪽을 쳐다본다..
S# 18. 방안.
오피스텔에 딸린 작은 방 안.
침대 없이 이불이 깔려 있고, 피아노 한 대만 벽에 붙여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창문 앞 벽 쪽으로 이불이 깔려 있고, 하중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
이불 반대편엔 작은 드레스룸 문이 보인다.
S# 19. 오피스텔 안.
유일은 정리가 좀 덜 된 오피스텔 안을 그냥 물끄러미 쳐다본다.
와인 한 모금을 마신다. 답답한 표정이다.
건물 현고나 벨소리가 들린다. 유일은 가까이 보이는 모니터를 쳐다본다. 모니터 영상에 선일의 얼굴이 보인다. 유일은 천천히 일어나 문열기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아 와인 한모금을 마시고 쥐포 조각을 입에 넣고 씹는다.
유일 : (혼잣말) 그 새끼를 이렇게 잘근잘근 씹어 줬어야했는데.
S# 20. 회상.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병일의 표정.
병일 :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아침 낮 밤으로 열심히 영업 하러 다닌 게 죄냐?
S# 21. 오피스텔 안.
유일, 생각만 해도 기가 찬다.
유일 : 열심히 영업? 놀고 있네. 열심히 지 할 짓 다 하고 다닌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유일은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신다. 대문 벨 소리가 들린다. 모니터에 선일의 얼굴이 보인다.
유일은 귀찮다는 듯 일어나 대문을 연다. 선일이 무거운 백을 하나 들고 들어 온다.
선일 : 뭐야? 불도 다 꺼 놓고 (안을 휘 둘러본다) 하중이는 자?
유일은 거실 등 하나를 켠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일은 문 열린 방 안을 살짝 들여다보고 식탁 위에 백을 얹어 놓으며 본다. 편의점에서 그냥 하나 사 와서 확 뜯어서 펼쳐 놓은 쥐포 쪼가리들, 그리고 반만 남은 와인 한 병에 유일이 들고 마시고 있는 와인 잔.
선일은 이삿짐 정리가 덜 된 오피스텔 안을 둘러본다. 유일 뒤로는 문이 하나 보인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문을 열어 본다. 세탁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선일 : 건조기는?
유일 : 배고파서 당근에 팔았다. 왜?
선일은 유일을 쳐다보고 작은 한숨을 유일에게 안 들리게 “휴” 내뱉는다.
선일 : 전자렌지도 없네. 그것도 팔았어?
유일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일, 와, 미치겠다.
유일의 옆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인다. 그래도 식탁 구석에 밥솥은 놓여 있다.
선일은 차마 앉지 못하고 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선일 : 엄마가 만두 한 거 싸줬어. 혹시나 해서 김이랑 김치도 싸 주더라. 반찬은 나중에 시간 있을 때 갖고 가래.
유일은 아무 말 없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쥐포 조각을 입에 넣는다.
선일은 씁쓸한 표정으로 현관에서 신발을 챙겨 신는다.
선일 : 나 간다. 오늘 이사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누나도 얼른 자.
유일은 답이 없다. 선일은 유일의 뒷모습을 잠시 서서 쳐다보고 나가며 대문을 조심히 닫는다.
S# 22. 복도.
대문을 닫고 서서 대문을 쳐다보며 씁쓸한 표정인 선일.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S# 23. 주차장.
차에 타는 선일, 시동 키고 운전대를 잡았는데 괜히 착잡하다.
인복에게 전화를 거는 선일., 신호음이 길게 울리다 전화 받는 인복.
인복 : (E) 왜?
선일 : 누나한테 만두 잘 갖다 줬다고.
대답이 없는 인복.
선일 : 그냥 기분이 그래서, 누나가 그렇게 안쓰러워 보이는 거 첨이네.
인복 : (E) 안쓰럽긴, 지가 선택했어. 이혼한다고 의논 한번 안 하고.
선일 : 누나 성격 몰라? 누나가 왜 의논 안 했겠어.
S# 24. 인복의 방안.
방문을 닫혀 있고, 불이 켜져 있다. 침대 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이불을 허리까지 덮고 통화 중이다. 이동형 TV룰 틀어 놓고 있다. TV에서는 트로트 프로그렘이 틀어져 있다.
인복 : 아휴, 끊어. 알아서 하겠지.
인복은 전화를 끊어 버린다.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 부엌에서 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인복은 뭐야, 싶어 일어나 나간다.
S# 25. 거실.
거실로 나온 인복, 불이 꺼져 있다.
부엌 식탁 위에 간접 조명만 켜져 있고, 열려 있는 덕환의 방에 켜진 불이 새어 나오고 있다.
식탁 위에 소주병과 소주잔이 놓여 있다. 덕환이 냉장고에서 막 오징어볶음이 든 반찬통을 꺼내 식탁 앞에 앉는다.
인복 : (짜증) 밤중에 뭐 해?
덕환 : 신경 꺼, 들어가서 자.
인복, 궁시렁 대며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덕환은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원샷 한다. 반찬통에 든 차가운 오징어볶음을 집어 먹는다. 빈 소주잔에 다시 소주를 가득 따른다.
S# 26. 카페 안 (회상)
마주 앉은 덕환과 유일, 덕환의 표정이 무겁다. 입을 꾹 다물고 어두운 표정이다. 심란하다.
덕환 : 그동안 왜 말 안 했냐?
유일 : 참을 만큼 참았어요. 더는 못 하겠어서, 이제는 더는 못 참겠어서 말씀 드리는 거에요.
덤덤하면서도 차분하게 냉한 유일의 목소리, 얼굴.
S# 27. 거실.
덕환은 소주잔을 들고 단숨에 원샷 한다.
덕환 : 지가 뭐 꿀려서 10년을 참고 살아? 괜히 시켰어, 결혼식 날, 확 엎었어야 했는데.
덕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다시 빈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다. 시 원샷하고는 소주잔이 부서질 듯 탁 하니 세게 내려놓는다.
덕환 : 이 자식을 쫓아가서 그냥...
소주잔을 쥔 덕환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S# 28. 반지방 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TV가 켜져 있다.
TV에는 코미디 예능 프로가 틀어져 있다.
병일이 킥킥거리며 TV를 보고 있다. 병일의 앞에는 과일과 치즈, 마른 안주가 한 그릇에 담겨 있다. 그리고 양주병과 소주잔이 놓여 있다.
병일 : 푸하하, 저봐 저봐.
병일은 양주를 따라 마시고, 안주를 집어 먹으며 TV를 보며 웃고 있다. 그러다 옆에 놓인 핸드폰을 들고 은행 앱에 들어가 잔액을 확인한다. 86만 4천 5백원 뿐이다.
병일 : 빨리 좀 입금 하라니까.
병일, 유일에게 문자를 보낸다.
‘재산 분할금 빨리 입금 좀 해. 좀.’
병일은 양주를 따라 마시고 안주를 집어 먹으며 다시 TV를 보며 킥킥 거리고 웃는다.
s# 29. 오피스텔 건물.
밤이다. 오피스텔 건물 전경.
S# 30. 오피스텔 안.
싱크대 앞에 서서 간단히 설거지하고 돌아서는 유일,
방에 들어가려는데 식탁 위 핸드폰이 진동을 울린다. 유일 핸드폰을 쳐다보며 확인할까 말까 하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고 문자를 확인한다.
짜증이 올라온다. 핸드폰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유일은 핸드폰 모니터를 켜고 은행 앱에 들어가 병일에게 4천만 원을 이체 진행한다. 마지막 이체 버튼을 누르려다, 내려다보더니 화를 누르느라 두 눈을 한 번 꼭 감았다 뜬다.
유일은 이체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식탁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는다.
유일, 이를 꽉 깨문다.
식탁을 한 손으로 짚고 서서 어두운 창밖을 노려보듯 쳐다본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 미치겠는 표정이다.
유일은 샷시 창 앞으로 다가가 이중으로 된 두 문을 차례로 빼꼼이 연다.
유일은 빼꼼이 연 그 틈으로 얼굴을 바깥쪽으로 내민다. 바깥쪽 샷시 창을 목에 다헤 최대한 닫는다. 샷시 창문 손잡이를 꽉 잡고 얼굴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유일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최대한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리고 얼른 얼굴을 다시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샷시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