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 김정은 환영 인터뷰, 아무 문제 없다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이 난리다. 김제동 하나 잡으려고 총궐기라도 한 모양새다. 이들은 지난 12월 4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두고 ‘김정은 찬양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12월 7일 사설(<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한 KBS ‘오늘밤 김제동’>)까지 써서 "정치적 편향성으로 논란을 빚어 온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이 또 한번 도를 넘었다”며 "북한의 3대 세습이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맹비난했다.
중앙일보는 <“공산당이 좋다” 내보낸 KBS … 공영노조선 “북한 방송 같다”>라는 제목의 지면 기사도 냈고, 조선일보는 <김정은 찬양 인터뷰 여과 없이 내보낸 KBS '오늘밤 김제동’>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KBS ‘오늘밤 김제동’ 김정은찬양 인터뷰 논란> 기사에서 각각 <오늘밤 김제동>을 문제삼았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인터뷰가 나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환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마치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KBS와 김제동이 이런 방송을 만들었다는 투다.
하나같이 어처구니없는 지적들이다. 방송을 ‘1’도 모르면서 무식하고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만 쏟아내고 있다.
해당 꼭지는 ‘21세기 ‘김정은 연가’ 울리나’라는 제목으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진행자인 김제동씨가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함께 얘기를 나눠보는 것으로 구성됐다. 방송은 주제도 “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김정은 환영단’”으로 잡았다.
해당 꼭지는 전체 약 18분 정도 방송됐고, 이 가운데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이 ‘찬양인터뷰’라고 문제삼은 위인맞이환영단 김수근 단장을 인터뷰한 부분은 단 2분 정도에 불과했다. 이준석 최고위원과 신지예 공동위원장이 <오늘밤 김제동>에 첫 출연해서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눈 4분여를 빼더라도 문제의 인터뷰는 전체 분량의 15%도 되지 않는다.
'김정은 찬양인터뷰’를 들려주기 위해 마련된 방송이 아니라 최근 우리 사회 일각의 김정은 답방 환영 움직임을 따져보는 가운데, 실제 환영하는 사람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다.
주제에 대한 토크를 시작하면서 김제동씨는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도 하고 팬클럽을 모집하는 모습을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이시는 분도 되게 많다”며 “두 분은 이걸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즉 이날 방송은 이준석, 신지예 두 젊은 보수/진보 정치인이 ‘김정은 환영'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김제동씨는 이 말을 하면서 “제 모습하고 김정은을 위인 이렇게 하는것만 편집해서 나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우스개였는데, 방송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우스개스럽게 우려한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살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환영’에 대해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수층에서는 확실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핵화도 더딘 상황에서 너무 김정은 위원장을 성과를 낸 사람처럼 묘사하는 것은 자제해야 되지 않겠나, 위인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는 것은 우려스럽지 않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측으로 출연한 신지예 공동위원장은 “위인, 칭송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며 “촌스럽다”고 촌평했다. 여기에 김제동씨는 “오히려 북한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평일로 한다고 하지 않나”고 덧붙였고,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변화를 하면 따라가야 되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에 있는 분들이 고리타분한 과거의 통일운동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준석 최고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과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자신이 만든 핵을 비핵화하는 게 잘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말하기도 했고, 북한강제수용소의 인권 문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방송이 김정은 환영 움직임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방송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이라 부르고, 그를 환영한다고 하니 찬양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결코 그렇게 단정짓기는 힘들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 실력 있고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 보면서 지도자로서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긴 했다. 이 발언이 과연 찬양하는 걸까. 이 정도 칭찬이라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매우 재능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3대 세습과 관련한 그의 발언이 조중동 등에게 특히 거슬리나 본데, 그 또한 '찬양발언'이라기보다는 '3대 세습을 중국, 러시아의 장기집권과 대를 이은 대통령 당선과 유사하게 보는구나'라고 생각의 차이 정도로 들어줄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그에 대해서는 이준석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당선됐음을 분명히 지적했다.
김수근 단장은 “평양 시민들 만나면 ‘이렇게 살아도 좋으세요?’, 왜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로 추대하는지 묻고 싶다”거나 나아가 “북한을 가서 본 적은 없어서 아직은 가서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종북빨갱이가 아니라 호기심 가득한 청년의 모습일뿐이다.
이런 말과 행동을 하면 과연 잡아갈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왔을까 보고 싶었다는 거다. 이런 청년을 인터뷰했다고 ‘김정은 찬양 인터뷰’를 했다니, 신지예 공동위원장 말대로 촌스럽기 그지 없다.
설령 그가 이보다 더한 수준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했다고 해도, 그가 아닌 김제동씨와 <오늘밤 김제동> 그리고 KBS를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며 무식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 환영 움직임에 대해 짚어보는 방송에서 실제 당사자가 왜 그런 발언과 행동을 하는지 들어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조중동 등이 이들의 행사와 움직임을 기사화하면서 그들의 발언을 소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제동씨나 출연자들이 그런 발언에 동조했다면 또 몰라도 그들은 충분히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의견들은 표출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무분별하게 북한을 추종하고 김정은을 영웅시하는 일각의 비이성적인 움직임에 대해 공영방송이 이처럼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다루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는데, 얼토당토않은 무식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만약 KBS가 <추적60분>에서 김정은 환영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60분 짜리 방송을 만들어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다루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의문”이라고 할텐가.
KBS는 이 사안을 얼마든지 다룰 수 있고, 다루는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이 마녀사냥하듯 찬양방송을 만든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신지예 공동위원장은 “이런 사건들(김정은 환영)도 웃어넘겨야 하는데, 문제는 보수정당들이 이것을 붙잡고 본인들의 정치이데올로기로 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백두’ 이런게 촌스럽다고 했는데 ‘빨갱이타령’도 촌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의 반응에 대해서도 똑같이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