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_일상
딸이 물었다.
"엄마, 만약에 엄마가 일주일 안에 죽는다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나?… 글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해 봐."
"음… 잘 모르겠어."
"에이…"
"지금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데, 조금 생각해서 말해주면 안 될까?"
"아니, 그냥 오래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대답이 안 나와?"
"응, 엄마는 안 나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에이… 알겠어."
종종 아이들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여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평소 생각하지 않고 살아오다가 뜬금없이 던진 질문들에 당황하기도 한다.
어릴 때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죽음에 대한 질문. 그때는 죽음의 시간이 가깝지 않았기에 대답을 바로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10대, 20대 때 그 질문을 많이 했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할 거야. 잘 지내라고. 그리고 내가 상처 준 일이 있었다면 정말 미안했다고."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던 것 같다.
마흔 중반이 되어 딸에게 받은 죽음에 대한 질문은 즉답할 수 없었고,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만약 일주일 안에 죽는다면 뭘 할까?'
나름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깊은 생각 끝에, 일주일을 온전히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장소에 가서 하루 종일 머물기
내 물건들 깔끔히 정리하기, 남김없이
나의 물건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와 함께 우편으로 전달하기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기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지막 이틀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유언을 남기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어릴 적 나에게 던져진 죽음란 질문에는 타인이 먼저였다. 그들에게 사과도 하고, 고백도 하고, 마지막 인사도 남기고...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살면서 뭘 그리 잘못했다고 죽으면서까지 타인이 먼저란 생각 한단 말인가?
그냥 나만 생각하고 죽으면 안 되나?
딸의 질문으로 시작된 내 죽음에 대한 고민의 결론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이생을 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나 얼마나 또 가치 있고 당당하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무한 칭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지막 일주일은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 영정사진도 직접 고르고, 나를 위한 꽃장식도 직접 고르고 나를 제일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길을 준비해주고 싶다.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서 말이다.
문득 나의 마지막을 생각하다 보니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먼저 생각하며 사는 삶이 습관 되지 않아 실천하기 쉽지 않겠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나를 먼저 아끼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오늘 실천하지 않아서 내일을 후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