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이 글을 만난 독자에게

by 오하루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지막에는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뭐, 행복하고 싶은 거죠."

"저에게 중요한 가치는 행복이에요."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과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공통적인 소원은 행복으로 모아지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또한 과거도 아닌, 미래도 아닌, '지금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고 훌쩍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울분을 꾹꾹 누르며 1박 2일의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가는 날, 터질 게 터져버렸습니다.

부산역에서 갑작스레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이 찾아왔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와 함께 호흡도 가빠졌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유튜브에서 봤던 공황발작 증세가 떠올랐습니다.

‘우선 밖으로 나가야 해!’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역사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극심한 시기여서 마스크가 필수였거든요.

역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코와 입을 꽉 덮은 마스크를 벗어재꼈습니다.

입을 최대한 벌려 숨을 들이켰지만 처음보다 숨은 더 가빠지기만 했습니다.

폐로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공황 발작이 오면 정말 죽을 것 같은 패닉 상태가 된다고 듣기만 했는데요.

실제 경험해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검은 점들이 시야를 잠식하면서 세상은 검게 변했고 피부 감각도 둔해져 갔습니다.

곧이어 온 세상이 음소거된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죠.

그 순간 저는 철저히 혼자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죽을힘을 다해 숨을 들이켜는 일이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요?

휑하니 부는 겨울바람과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에 눈을 떴습니다.

어느새 피부 감각도 돌아왔고 시각과 청각도, 호흡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극심한 오한에 치아가 딱딱 부딪혔습니다.

한 겨울에 비를 쫄딱 맞았으니, 패딩을 입고 있어도 온몸이 바들바들 떨릴만했죠.

게다가 뚜드려 맞은 듯 몸 여기저기가 아팠습니다.


정신이 점점 또렷이 돌아왔고 희미하게 번져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제야 제가 앉은 곳이 역사 밖 공사장으로 이어진 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뿌옇게 서리 낀 유리문 너머로, 역 안의 풍경이 보였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함께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이브는 따뜻하고 아늑해 보였습니다.

저에게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행복'으로 가득 차보였어요.

저만 혼자 쓸쓸한 외딴섬 같았습니다.


그때 서울행 기차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죽어도 서울에서 죽자'라는 생각 들었습니다.

저는 캐리어에 몸을 의지한 채 겨우겨우 기차 플랫폼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었습니다.

그날부터 꽤 긴 시간 동안, 공황증세로 고생을 했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도,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도, 대중 앞에 나서는 것도 거대한 짐처럼 버거웠습니다.


물론, 증세를 치료하게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약물치료, 상담치료를 병행하면서요.

정신의 끈이 툭하고 끊어진 듯한 날도 있었고 조금은 나아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억울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들은 잘만 살아가는 세상이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따돌림, 바람피우는 남자들과 잦은 이별, 직장 내 부당한 대우.

애매하게 모자란 내 얼굴과 살찐 몸, 벌어도 벌어도 돈이 줄줄 세는 가난.

과거는 상처뿐이고 현재는 고통이었습니다.

미래는 말할 것도 없었죠.


'내 인생이 왜 이지경까지 된 걸까.'

'인생도 리셋할 수 있다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공황 증세는 많이 호전됐지만, 이 불가능한 소원을 가슴속에 품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꽂이 한편에 있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몇 년 전, 직장 상사가 추천해 준 책이었습니다.

별로 읽지도 않고 방치해 두었던 그 책은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가 쓴 <미움받을 용기>였습니다.

그날이 심리학자 아들러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이야기가 예상되시죠?

여러분께서 예상하시는 것처럼, 저는 <미움받을 용기 1, 2>를 모두 읽고 아들러가 직접 쓴 저서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러의 <건강한 인간의 긍정적 노래와 도전을 위한 용기>를 읽고 나서, 아들러 심리학은 '행복의 심리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험이든 그것 자체가 성공의 원인이나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바로 그 의미에 의해 스스로 결정한 사람이 된다.'


저는 이 문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나라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당하기만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인생의 주인으로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무력감을 느꼈던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해석이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거라면, 과거부터 쌓여온 불행감도 결국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거구나!’


저에겐 아주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동시에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는 불가능한 이상이 현실화 될 것이란 기대가 일었습니다.


하지만 이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지요.

저는 실천하기 위해 '쓰기'를 선택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 수 없을지라도. 인생을 다시 쓸 수는 있다!'

어려웠던 경험들, 좋았던 경험들을 다시 의미 부여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다시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 인생을 재해석하는 질문을 건네고 나만의 해답을 기록했습니다.

처음엔 직면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용기 있게 마주 보고 치열하게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어려웠던 경험도, 좋았던 경험도 모두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일상이 변했습니다.

불안과 긴장이 일상이었던 제가 조금은 느긋해졌고, 잔잔한 행복도 알아가게 되었죠.

막막했던 미래는 기다려지는 내일로 변해갔습니다.


인생을 새롭게 다시 쓴 것입니다.

저를 바꾼 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경험을 해석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왕따도, 빚쟁이도, 직장 부적응자도 아닙니다.

작가이자 라이프 코치로, 내 인생을 창조하는 한 사람으로.

새로운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자 이제, 글의 서두에 했던 물음에 답을 할 때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또한 과거도 아닌, 미래도 아닌, '지금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찾은 해답은 '인생을 다시 쓰는 것'입니다.

현재는 경험의 해석 위에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행복도 내가 결정한 해석 위에 만들어집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기에 옛 기억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용기를 가득 채우는 문장으로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독자 참여형 내면 대화 에세이 <다시 쓰는 인생>쓰라린 경험에 새로운 의미 부여하도록 도와줍니다.

기분 좋은 경험도 더 선명하게 그리도록 해줄 겁니다.


글 하나하나가 여러분의 인생을 다시 쓰게 하는 작은 등불이 되길 바라며 연재하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께 드리는 문장을 읽고 질문에 답해보세요.

문장을 필사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리하여 여러분의 해답을 찾아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삶’에 다다르길 응원합니다.



인생은, 다시 쓸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을 담아.

- 2025년 가을, 오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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