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가 내어 준 자아성찰의 시간
해바라기씨를 구웠다.
후라이팬 (프라이팬이 공식적으로 맞다 해도 후라이팬이 정겨워 계속 고집스럽게 사용한다)에 해바라기씨를 양껏 붓고 가스불을 작게 하면 타닥타닥 은은한 향이 올라오면서 노릇한 색으로 변해간다.
해바라기 꽃은 싫어하면서도 '아-맛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난다.
무언가를 싫어하면서 그것이 내어주는 선물은 냉큼 취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다.
후라이팬 위로 올라오는 따땃한 온기가 느껴져 잠깐동안의 자아성찰은 던져버리기로 한다.
아-좋다.
짝궁으로 같이 마실 보리차도 끓여본다. 보리차는 여름이 제맛이지만 겨울에 따뜻하게 한 잔 하는 것도 난 좋다.
적당하게 구워진 해바라기씨를 나무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살짝 씨리얼과 조각 치즈들을 뿌려준다.
작은 나무 숟가락으로 휘적휘적하고 난 후, 한 스푼을 떠 입에 기분좋게 던져 준다.
이렇게 맛난 씨앗을 주는데 해바라기는 왜 싫은가하고 생각해보면,
음...그 큰 꽃이 마치 얼굴처럼 보여서 해바라기꽃이 모여있는 걸 보면 표정없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이 무섭고 싫었고 지금도 싫다. 어렸을 때 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해바라기는 내가 아니라 해를 바라보는 건데 말이다.
그렇게 싫어하는 커다란 얼굴의 해바라기가 내어준 씨앗은 또 왜 이렇게 고소하고 맛이 있는 것인지.
먹으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만들 때 냄새는 좀 나지만 먹으면 구수한 청국장, 생긴 외모는 너무 비호감이지만 찜이나 탕으로 나오면 쫄깃쫄깃하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속살이 사랑스러운 아구도 마찬가지다. 아..이 이율배반적인 감정과 감상들.
역시 인간은 아니 나라는 인간은 이기적인 것인가.
흠...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 살 더 먹은 새해에는 이유없이, 경험해 보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서 무언가를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판단하지 말아보자 하고 생각한다. 입에 한 숟가락 크게 털어넣어보며 말이다.
해바라기 씨앗은 초코 코팅이 없어도 고소하고 맛나다. 있는 그대로가 고소한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