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실이 무엇이던 받아들이기 나름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YouTube 쇼츠를 보는데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쇼츠가 나왔다. 3번 정도 연달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거다. 쇼츠의 내용은 극 중 아빠 양관식이 자신의 딸 금명이 결혼식에서 식 준비를 하며 딸에게 ‘수 틀리면 빠꾸’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딸인 금명이게 언제나 아빠에게 달려오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며 어릴 때부터 항상 딸에게 해오던 말들이 짧은 영상으로 흘러간다.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달리기 시합, 수능까지. 모든 도전 앞에서 아빠는 딸에게 늘 그렇게 말을 한다. ‘언제든 겁이 나면 빠꾸’라고, 뒤에 아빠가 서 있다고 늘 아빠가 기다리고 있으니 아빠에게 달려오라고 한다. 그걸 보면서 갑자기 내 동생이 생각이 났다.
여느 때와 같이 동생과 둘이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동생은 나에게 뜬금없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니 동생은 그럼 글을 쓰면 되지 왜 망설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내 속마음은 서투른 내 모습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게 첫 번째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걸 미루고 있었는데 사실 글을 배우려면 글을 쓰면서 배워야 했기에 그마저도 겁이 나 미루고 있었다. 동생은 나에게 “언니 왜 글을 쓰는 걸 겁내는 거야?”라고 물었다. 나는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 없으니까 글을 쓰는 걸 배우고 난 뒤에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어”라고 대답했더니 동생이 “언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리고 잘 쓰고 못쓰고 가 뭐가 중요해. 그게 언니의 글이라는 게 중요하지. 다 쓰고 나면 남는 게 있잖아, 언니가 쓴 글이 남잖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한 일이야.”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순간 뭔진 모르겠지만 마음이 ‘따끔’했다. “나는 언니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글만 읽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나는 지금 너무 아깝게 느껴져, 난 언니가 제발 그 재능을 써먹었으면 좋겠어.”라고 동생이 단호하게 나에게 말을 하는데 처음엔 동생이 나를 무시하려고 이 얘기를 시작하는 줄 알았다. 너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느냐고, 그저 왜 아깝게 시간만 날리고 있느냐고, 노력을 좀 하며 살아보라고, 나를 채근하려고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내 재능이 아깝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너무 미안해졌다. 아, 진짜 나는 겁쟁이구나 잔뜩 겁먹고 움츠려든 채 아닌 척 짓어만대는 말티즈같은 존재구나 싶은..
저 쇼츠를 보며 순간 그때 그 상황이 떠올랐고 내 동생이 한 말들은 ‘수 틀리면 빠꾸’라는 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의 방식이 달랐을 뿐, 나에게 늘 해 보고 못하겠으면 ‘수 틀리면 빠꾸’하라는 말이었던 거다. 이제야 조금 동생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나에게도 작은 양관식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