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삶도 계속됩니다.
* 가을밤 성산대교와 한강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30일은 저의 육아휴직 마지막 날입니다. 10월 1일부터는 복직이지만 운이 좋게 추석 연휴가 낀 관계로 출근은 10월 5일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구 옆 칠곡에 위치한 왜관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글을 못 올린 것은 복직 준비를 하다 보니 바빠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복직 전 마지막 휴식을 보내며 더불어 육지에 올라온지라 글을 연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저의 마지막 휴식은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나의 아저씨' 보기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보려고 했지만 마지막 며칠 너무 바빠 보지 못해 혼자 보며 훌쩍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육지에 올라왔습니다. 안산 처가댁에 머무르며 명절을 보내려고 합니다. 노적봉을 빙빙 돌며 오래간만에 인사도 드릴 겸 소식도 전할 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선배는 제가 육지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고 제주도 사람 다 되었다길래 "원래 육지것들과 상종 안 하려 했는데 돌아오게 됐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제주에서 떠나오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정말 제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을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습니다. 복직은 해야 하지만 떠나기 싫다, 새로운 시작이 기대된다, 가기 싫다, 어서 가야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딸아이에게 아빠 곧 가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보물 찾기랍니다. 그래서 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마당에서 쪽지를 찾아내는 보물 찾기가 아닌 제대로 된 보물 찾기를 시켜줬더니 아이들이 아빠랑 지낸 1년보다 이 하루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역시 아빠의 존재는 자주 보는 것보다 한 방 제대로 놀아주는 사람이 더 좋은 역할인 듯합니다.
아내와 복직 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앞서 글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는 아파트에서의 삶이 어려울 듯 하니 전원주택에서 살자고 결정을 지은 것은 오래전 일이었으나 막상 복직을 앞두고 보니 굳이 육지로 올라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혼자 올라가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죠. 저희 부부는 이미 신혼 5년 간 주말부부를 경험한지라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론은 그때와 우리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제주도에 남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9월 24일에 비행기 티켓을 끊고 육지에 집을 알아보고 아내가 먼저 28일에 내려가는 계획이었지만 육지에서 제 다음 근무지가 어딘지 나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제주도에 머물기로 했기 때문에 집을 알아볼 필요가 없어 아내와 모처럼 단둘이 데이트를 육지에서 실컷 즐겼습니다. 하지만 어딜 다니기엔 참 불편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나갈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복직을 앞두고 행여나 부대에 누를 끼치는 일이 생길까 외출이 극도로 꺼려졌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제주에 머물길 더 잘했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제주도에 전원주택 한 채를 분양받아서 주택임대사업을 함으로써 소소하게 1년 살이 비용을 벌어볼까도 고민했지만 6.17 부동산 정책 이후 주택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바뀌는 바람에 여의치는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꿈을 꾸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고 필요하다면 제주도에 모실 수 있도록 하자고 아내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주집엔 엄마와 제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내와 제가 올라와있는 5일 동안 엄마는 혼자 아이들을 보시느라 꽤나 고생을 하셨습니다. 특히 작은 아이가 말을 어지간히 안 들어야 말이죠. 그런 아이를 맡기고 혼자 육지에 와야 하는 저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매해 이사를 다녀야 하고 더 높은 직급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족을 더 잘 돌보며 각자의 꿈을 이어나가는 현명한 방법을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깨달았기에 그렇게 해보고자 다짐해봅니다.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이제 제 육아휴직이 몇 분 채 남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1년은 우리 가족 그리고 제가 정말 많이 성장하는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욱 많이 얻어간 소중한 한 해였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은 물론이고요. 앞으로 제 글 역시 계속 연재됩니다. 11월에 작가 지원 프로젝트에도 지원해볼 요량입니다. 하지만 인생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오직 신만이 굽어 살피고 계실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 동안 저는 글을 쓰며 그리움을 달래 보려 합니다. 지나간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는 것과 좋아하는 글쓰기로 그 시간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연재되는 제 글을 많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