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의 노블 테라피 Apr 19. 2024

'마음을 돌보는 일'

[가정 사정], 조경란

_"내 마음이야!"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 말 뒤에는 대개 이런 말들이 따라붙는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마,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니까 내 마음 좀 알아주면 안돼?

철없는 엄마인 나는 기어이 맞짱을 뜬다. "알았어. 네 마음대로 해!' 이 말 뒤에는 또 보통 이런 잔소리가 절로 나온다.그러니까 네가 잘하면 되잖아!,  네 인생이지, 엄마 인생이니!, 그러는 너는 엄마 마음을 왜 몰라주는데!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면 반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보통의 부모들이 갖는 뻔한 후회를 하며 자책한다.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마음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아이의 마음을 엄마인 내가 안 알아주면 누가 알아주겠어,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하지만 실은 내 오해고 욕심이지 않을까, 내 마음도 제대로 알지못하는데 누구 마음을 알아준다는 거야, 같은 후회들.  다시 말해 마음을 돌보지 않았다고 참회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수치스럽고도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 뿐아니라 나의 마음 역시 돌보지 않았음을.


_"때때로 인주는 마음을 돌보는 일이 지친다고 느꼈다."(p.276)


하지만 마음을 돌보는 일은 어렵다. 이렇게 쓰고 나서 국어사전을 펼쳤다. '돌보다'의 뜻(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였다. 이왕 사전을 펼친 김에 '마음'의 뜻을 찾아보았다. 순간 감전이라도 된 듯 가슴이 찌릿했다. '마음을 돌보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신기하다못해 경의로웠고, 애잔하다못해 슬펐다. 우리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든 그것(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을 돌보느라 애쓰며 사는 존재라는 사실이.


사전에서 '마음'이란 이런 것이었다.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好意)의 감정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_[가정 사정]은 이런 '마음'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이다. <가정 사정>, <개인 사정>이라고 하지만 결국 '마음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더 정확하게는, 상처 입은 '마음'이 상처 입은 다른 '마음'을 위해 '마음'을 내어주는, 슬픈 '마음'이 슬픈 '마음'을 알아보고, 그 '마음'을 돌보려 애쓰는 이야기들이다.


"왜 슬픈 이야기는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줄까요. 인주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슬픈 이야기들이란 사

실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p.291)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려면."(p.291)

매거진의 이전글 "들을 귀가 있다고 제대로 듣는 것은 아닐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