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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Feb 08. 2024

독서력 부스터 ‘쾌락독서’

진중문고 훔치기

#쾌락독서 #문유석 #읽는고양이 #윈디캣

확실히 디지털 화면을 보는 것과 책을 읽을 때 눈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고 느낀다. 다시 한 번 부끄럽지 않은 다독가가 되기 위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바로 문유석 판사님의 ‘쾌락독서’였다. 모든 독서가들이 자신만의 독서력 부스터 책 리스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자’라고 주장하는 책은 단순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잡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독서의 연결고리를 이어준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바로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서력 부스트를 위한 책의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와 시대, 그리고 취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책이 필요했을 때 문유석 판사님의 ‘쾌락독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에는 ‘슬램덩크’, ‘서유기’, 이문열, 하루키, 시드니 셀던 등 나의 유년 시절과 교집합 키워드가 꽤나 등장한다. 그리고 그 작품들에서 느낀 점들이 인생의 진부함을 구차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공부벌레가 유쾌하게 책 덕질의 좋은 점을 침튀기며 소개한다. 그래서 문 판사님의 독서 리스트에서 나의 취향을 저격할 다음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마 김용의 작품들을 읽게 될 것 같다.


개인의 독서 방법이야 백 명이라면 백 가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읽을 책을 고르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4년 전이라면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뭐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적어본다. 그 비결은 바로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의 진중문고를 읽는 것이다. 처음 마구잡이로 책을 읽을 때 난 15년 넘게 전투복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고, 독서의 맛에 빠졌을 때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하며 다음에 읽을 책들을 골라야 했다. 왜냐하면 그때 거의 이틀에 한 권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군내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수많은 책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심식사 때 사무실 구석에 쳐박혀 있는 책장을 바라보았는데, 매 분기 지급되는 진중문고 파란 박스가 눈에 띄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아주 반짝반짝한 박스 속에 일반 판매용 도서보다 작은 사이즈의 책들이 담겨 있었다. 박스의 뒷편에는 책들의 리스트가 적혀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현대 무기의 기원이나 전략 전술에 관한 책은 리스트에 한두 개 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대중 도서들이었고 분야 또한 다양했다. 그 순간부터 나의 독서의 세컨드 윈드가 찾아온 듯했다.

나에게 그 파란 박스 속의 책들은 너무 소중한 보물들이었다. 대충 집어 읽어도 나에게 엄청난 인사이트를 주었고,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도 이상하게 진중도서에 선정된 책들은 상당히 재미있어 그 분야에 대해 더 넓은 독서를 해볼 수 있었다. 분기마다 행정실에서 행정병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워 ‘제발 좀 가져가 주세요. 처치가 힘들어요.’ 하는 골치덩이 종이 뭉치가 나에게는 그 시절 가장 소중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혹시 중대 행정병사가 가져오지 않았을때는 상당히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중대 사무실이나 병사 휴게소에서 훔쳐와서 우리 중대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그래도 괜찮았던 이유는 아무도 그 책의 소중함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 책 진중문고 ‘쾌락도서’는 내가 급히 퇴역할 때 서랍의 짐들과 함께 휩쓸려 들어왔다. (수백 권의 ‘쾌락독서’ 책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고 수많은 책들과 병사 휴게실에 있을 거란 걸 알기에, 그냥 20년간의 군생활의 작은 퇴직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퇴역 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진중문고 리스트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웹상에서 찾아보니 외부로는 공개되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 책 읽는 삶을 생각하게 되니 진중도서가 너무 생각이 난다. 혹시 리스트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중도서를 선정하는 군인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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