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질머리의 계보: DNA2

by 하린

엄마랑 서준이는 대구에서 같이 산다.

그러니까 둘이 매일 얼굴을 보고산다.

나는 따로 나와 살아서 가족들 얼굴을 자주 못본다.

그게 가끔 소외감으로 느껴지고, 의견이 갈리고,

의견이 안 맞으면 말다툼이 되고,

말다툼이 되면 곧바로 성질머리 대전이 시작된다.


그럴 때면,

나는 꼭 엄마가 서준이 편만 드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

그래서 한 번씩 엄마랑 크게 싸운다.

그럼 또 후회하고, 또 괜히 눈물이 난다.

그러고 나서 기찬이한테 엄마 욕을 한다.

“우리 엄마 진짜 성질 더럽거든?”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있잖아, 막…”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기찬이는 킥킥 웃는다.

“어머님 귀여우시다~ 재밌으시네~”


그런 기찬이랑 하루는 싸웠다.

정확히 말하면, 기찬이가 날 건드렸다.

나는 절대 못 참는 그 버튼을 눌러버린 거다.

근데 기찬이는 또 지가 맞다고 한다.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나는 그게 정말 싫다.


그렇게 또 가르치려고 들면

나는 그 말을 절대 안 듣는다.

안 듣다 보면 속에서 열이 확 올라오고,

짜증이 뚝뚝 떨어진다.


“됐거든?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열이 정점을 찍으면…


기찬이 어깨를 주먹으로 있는힘껏 세번 때린다.

진짜로.

손으로 툭~ 이런 거 말고,

작은 주먹으로 퍽퍽퍽.


근데 또 웃긴 건,

내 손이 작기도 하고,

내가 팔힘이 약해서 그렇게 아프지도 않다.

나만 세상 화났고,


기찬이는 어깨를 부여잡고는

“야, 진짜!”

이러면서도 나한테 손 한 번 못 댄다.

여자라고 참는 건 알겠는데,

그 표정이 꼭 말한다.

‘아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다…’


결국엔, 화가 목 끝까지 차오른 얼굴로

숨을 훅 들이쉬더니

“흐어…!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너도 어머님이랑 똑같애!!

어머님 욕할 거 없어!!”


진짜 울분에 찬 목소리였다.

그땐 너무 화나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분명 내가 삐져서 입 꾹 다물고 있었을 거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그때 내 표정 보면서 기찬이는 얼마나 한 대 쥐어박고 싶었을까?


그래.

맞다.

그 성질머리 어디 안 간다.

나는 우리 엄마,

한정선 여사를 똑같이 닮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질머리의 계보: 깨물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