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는 클린룸 안에서 눈만 내놓은 방진복(smock)을 입고 일을 시작했다.
보통 ‘교대근무’, ‘공장 다닌다’고 하면
다들 드릴을 박거나 몸을 쓰는 일을 떠올리지만,
내가 맡은 공정은 전혀 달랐다.
나는 단순 오퍼레이터(operator)였다.
혹은 인스펙터(inspector)라고도 불렸다.
내 업무는 검사였다.
검사자는 장비 옆에 딱 붙어서
정해진 조건에 따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하세요” 수준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교육이었다.
모든 신입은 2~3개월간 훈련을 받았고,
그 시간 동안 선배들은 옆에 붙어
‘사람을 키우듯’ 나를 지켜봤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입사 초기에 ‘베스트 검사자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 진짜 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또래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고 있었고,
스스로를 ‘능력 있는 20살’이라고 여겼다.
내 손끝 하나, 판단 하나가
회사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는 감각.
그건 분명,
‘살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 들어가면
항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교대근무 하는 직원들을 위해 누군가가 틀어놓은
최신 가요, 비트 있는 곡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쿵쾅거렸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고,
그 시절엔 정말
이대로 계속 가고 싶었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다.
속모자, 속장갑, 눌리는 머리카락,
피부에 스며드는 땀.
메이크업도 못 하고, 네일도 안 되고,
심지어 선크림도 지양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나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자부심이,
그 모든 불편함을 덮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ROS 시스템이 도입됐다.
검사자는 더 이상 클린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컴퓨터로 장비를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며 검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클린룸 안은 순환 공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압력이 유지됐고,
그 안에 몇 시간만 있어도
몸 전체가 피로에 잠겼다.
ROS 도입 이후, 나는 그 공간을 벗어났다.
낮은 책상 앞에서 컴퓨터를 마주한 채
정해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무직처럼 일했다.
사실상 업무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한 화장은 여전히 금지였지만,
피부 표현 정도는 할 수 있었고,
입술에도 살짝 색을 입힐 수 있었다.
그 작은 자유들이,
‘몸으로만 존재하던 나’를
‘존재로 인정받는 나’로 바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