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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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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ul 10. 2019

구애_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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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은 나의 친구들과 연애를 했다. 친구들의 그런 연애들 때문에 나는 늘 친구들의 기사가 되어주어야만 했다. 나도 술 먹으면 다음 날 힘든데 친구를 대신해 꾸역 털어 넣어야 할 때도 있었고, 나도 집에 잘 들어가고 싶은데 늘 내 친구가 집에 잘 갔는지를 먼저 살펴야 했다. 물론 누가 시키지는 않았다. 그저 의리라고 믿었을 뿐.


나도 보호받고 싶고 나도 누군가가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내게 약한 소리 말고 더 강해지라고 조언해줬다. 도대체 얼만큼이나 더 강해져야 하는 건지, 자기네들은 다들 누가 지켜준다 그랬다며 자랑하면서 내게는 왜 스스로 지키라고 하는지 모를 날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켜줄게” 하며 나를 꼭 안아주었던 그 날 당신과 나의 한 컷은 내게 그 어떤 장면보다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이 없는 지켜준다는 말 자체는 사랑한다는 고백보다도 더 나를 심장 뛰게 만드는 말이라서,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서. 게다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내게 지켜주겠노라 말한다는 건, 뻔한 거짓말이나 기름이 줄줄 흐르는 겉치레가 아니라 그 어떤 말보다 진심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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