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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n 13. 2020

여행에서 오늘의 안부를 묻다

여행에세이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유럽 여행의 막바지였다. 파리를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동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 때에 긴 시간 버스에 있으니 잡다한 생각이 함께 떠올랐다. ‘이번 여행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어떤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다 읽던 책의 마지막 부분 옮긴이의 말에 실린 헤밍웨이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었다.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의 말을 감히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만약 당신이 젊은 시절 한때를 여행으로 보낼 수 있다면, 여행은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어떤 도시에서의 기억이, 또는 삶의 어떤 시간이 축제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남은 생을 함께 할 것이라는 말. 우리가 지나간 여행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은 이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에는 여행이 단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었다. 지금보다 어린 날에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여기기도 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도피처인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통로이기도 했다. 지난 모든 여행은 항상 조금씩 달랐지만 언제나 한 가지는 같았다. 여행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시간이라는 것. 무수히 많은 오늘이 내일의 희생양이 되지만 결국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행에서만큼은 오늘이 그 무엇의 포로도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처음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던 때와 같은 시선으로 쓰고 싶다. 여행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눈부신 순간만이 아니라 여행에서 겪은 갖은 고생과 그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싶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떠남을 갈구하는 이유와 여행의 의미에 대한 고민도 함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 소설을 읽을 때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내 여행기를 읽는 독자도 비슷하게나마 느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여행이야말로 가장 다양한 감정을 만나는 시간이니까.


일단은, 지금 행복할 것: 여행에서 오늘의 안부를 묻다(리얼북스, 2020) - 프롤로그





어느덧 두 번째 여행기 출간 소식이네요. 아직 작가로서는 여러모로 어린 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게 어색하고, 설레고, 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제 브런치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두 권의 여행기를 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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