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심스럽게
잔뜩 빛을 머금은 봄 길 위로
나붓거리는 벚꽃 잎처럼
때로 용감하게
아직 찬 기운 내뿜는 땅 위로
솟아오르는 푸른 잎처럼
가끔 무모하게
얄밉게 불어올 꽃샘추위는
아랑곳없는 매화꽃처럼
이 사각 프레임 끄트머리에서도
색색이 눈에 띄던 너
반의 반만 겨우 보이는 와중에도
눈에 밟히던 고운 너
아 정말 아름다웠어
목련도 튤립도 장미도 코스모스도
한참 피고는
결국에 동백꽃이 몇이나 피고 진다
이 사각 프레임 한가운데에서
황홀히 빛을 뿜는 너
여전히 그대로 곱고 용기 있어서
눈을 뗄 수 없는 너
아 네가 살아있구나
흐드러지게 연해 보이던 미소
두 눈동자에 별처럼 빛나던 맘
부드럽고 부지런했던 손과 발
예쁘게 웃고 말하던 고운 입술
늘 열려있던 말랑하던 귀
이 사각 프레임이 변하고 또 변해도
여전하게 영영 사랑스러운 너
그동안 내내 자랑스러운 너
아 살아내 주어 고마워라
아 네가 살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