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다리는 너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미묘한 어긋남을 느끼며 죽은 이들과 산 자를 마주하는 요한네스를 보며 네가 떠올랐다. 어둠에 빛이 드는 순간은 고작 찰나에 불과한데 온종일 다시 어둠을 기다리며 고요하고 고독한 하루를 보낼 너.
열심히 살아낸 하루 끝 적막함은 너를 얼마나 쓸쓸하게 만드는 걸까, 남은 일도 사람도 사라져 말과 웃음이 점차 희미해지는 네가 기억했으면 한다, 치열하게 분투하던 아직 청년이던 너, 부드럽고 말캉하던 사랑의 순간들, 재잘거리는 나와의 달콤한 시간들, 빛으로 가득 차서 밤은 도통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오랜 날들, 이 기억들이 너의 어둔 밤을 내내 잔잔히 비추기를, 그리하여 너의 하루 끝이 그저 허무하고 외롭지만은 않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 바란다.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운명을 쥔 모든 생명에게 거룩한 밤이 천천히 찾아오기를,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문학동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