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소란스런 카페에 앉아
아무도 시키지 않는 홍차 한 잔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
물기 어린 공기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만 뜨거운 날
멍하니 찻잔을 바라보고 있어
물끄러미 창 밖을 쳐다보고 있어
지그시 까끌한 손톱을 만지고 있어
무엇을 바라야 할까
어디로 흘러야 하나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까
어떻게 웃어야 하나
나의 이유는
언제쯤 찾을 수 있나
답하지 못한 고민들
꼬리에 꼬리를 문 물음들
좁은 마음에 무겁게 가라앉아
낮은 소파에 몸을 구겨 앉아
소란스러운 건 내 마음이었나 보다
밖은 여전히 마른 하늘
마음엔 한바탕 비가 내려
남은 건 텅 빈 찻잔
혀 끝에 감도는 씁쓸한 홍차의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