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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Aug 23. 2019

이유


나른한 오후

소란스런 카페에 앉아

아무도 시키지 않는 홍차 한 잔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

물기 어린 공기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만 뜨거운 날


멍하니 찻잔을 바라보고 있어

물끄러미 창 밖을 쳐다보고 있어

지그시 까끌한 손톱을 만지고 있어


무엇을 바라야 할까

어디로 흘러야 하나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까

어떻게 웃어야 하나

나의 이유는

언제쯤 찾을 수 있나


답하지 못한 고민들

꼬리에 꼬리를 문 물음들

좁은 마음에 무겁게 가라앉아

낮은 소파에 몸을 구겨 앉아


소란스러운 건 내 마음이었나 보다

밖은 여전히 마른 하늘

마음엔 한바탕 비가 내려

남은 건 텅 빈 찻잔

혀 끝에 감도는 씁쓸한 홍차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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