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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Sep 16. 2019

바닷속으로


뭐랄까 아주 깊은 동굴처럼

아닌가 겨울 늦은 밤처럼

어쩌면 네 까만 눈동자처럼

검은 바다가 일렁이는 날에

나는 내려가 보기로 해


하나

아래로 더 아래로

바닷속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깊은 바닷속에서 나는 비로소 눈을 떠

어두운 줄만 알았던 바다 안에서

나는 한없이 투명한 빛을 마주해

우아하게 춤추는 산호초도

여유롭게 수영하는 바다거북도

아름답게 움직이는 검은 고래도

내 바닷속에는 예쁜 것들로 가득하더라

맑게 비치는 바닷속에서

나는 한없이 기쁘게 헤엄쳐간다


깊은 바닷속에서 나는 드디어 숨을 쉬어

답답한 줄만 알았던 바다 안에서

나는 끝없이 널따란 곳을 마주해

영롱하게 빛나는 백합 조개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은빛 물고기도

근사하게 유영하는 상어 떼도

내 바닷속에는 예쁜 것들이 참 많더라

고요한 바닷속에서

나는 끝없이 기쁘게 헤엄쳐간다


깊은 바닷속에서 마침내 마주한

진짜 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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