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 여름 너무 뜨거웠던 바람에
나는 매우 더웠어서
이 가을 이 바람은 이렇게나 시원하구나
올려다 볼 수도 없게 뜨거운 그 빛이
꼬리를 내린 후에
이 가을 저 하늘은 저렇게나 예쁘구나
이제야 안다
이제야 보인다
앨리스와 도로시만 살 것 같아
저 아름다운 분홍 보랏빛 하늘이
두 눈에 흠뻑 적셨다
그 여름을 지나 나는 여기에 섰다
아주 멀리 아득하게 높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파스텔로 빚은 그림
이 언덕 위에 앉아
나는 힘겨웠던 지난 길을 돌아본다
이미 지나온 길이다
한 번 씨익 웃고 말지
툭툭 가볍게 옷깃을 털고
나는 오늘의 공기를 맞으며
다시 걷는다
너무 힘들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무지 아프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여름 후의 나라서
오늘의 가을에 선 나는
나답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