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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Sep 23. 2019

가을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 여름 너무 뜨거웠던 바람에

나는 매우 더웠어서

이 가을 이 바람은 이렇게나 시원하구나

올려다 볼 수도 없게 뜨거운 그 빛이

꼬리를 내린 후에

이 가을 저 하늘은 저렇게나 예쁘구나


이제야 안다

이제야 보인다


앨리스와 도로시만 살 것 같아

저 아름다운 분홍 보랏빛 하늘이

두 눈에 흠뻑 적셨다

그 여름을 지나 나는 여기에 섰다


아주 멀리 아득하게 높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파스텔로 빚은 그림

이 언덕 위에 앉아

나는 힘겨웠던 지난 길을 돌아본다

이미 지나온 길이다

한 번 씨익 웃고 말지

툭툭 가볍게 옷깃을 털고

나는 오늘의 공기를 맞으며

다시 걷는다


너무 힘들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무지 아프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여름 후의 나라서

오늘의 가을에 선 나는

나답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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