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웃을 수 있었던 날들》1편

무거운 나날 속에 스며든 작은 빛

by 현서

시간은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누나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열아홉 살 무렵부터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누나는

스무 살이 되자 같은 업종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아침마다 출근 준비에 분주했다.


나 또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 교복은 예전처럼 큰 부담 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교복값 때문에 고개를 숙였겠지만 이젠 그런 감정마저 무뎌졌다.

어쩌면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주말이면 나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누나는 월급을 받아 가정에 보탰고 나 역시 작은 보탬이 되었다.

덕분에 예전처럼 생활에 큰 갈증은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이 곁에 없는 공백조차 이 시절의 나에겐

그리 큰 결핍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부는 여전히 내 강점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다행히 중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같은 학교에 진학했다.

그 사실은 큰 위로이자 기쁨이었다.


남중을 졸업하고 남녀공학에 들어선 것도 처음이었다.

같은 교실에서 여자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어딘가 설레는 일이었다.


실업계 안에서도 진학을 목표로 하는 ‘진학반’에 들어갔다.

진학반은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내며

친구들과 함께 책상에 기대앉아 이야기하고

서로 장난을 치다 졸린 눈을 비비며 버텼다.

그렇게 쌓이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은 이름만 불러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교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내가 그토록 무겁게만 느끼던 삶 속에

작은 불빛처럼 스며드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