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나눔이 남긴 서울의 기억
‘소년소녀가장은 나라에서 지원되는 것이 많았다.
주말이 되면 주말 간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집 앞에 배달되었고
방학이 되면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식비 카드가 나왔다.’
수학여행을 앞둔 주말,
나는 배달된 도시락을 일부러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
‘졸업여행인데 무슨 도시락이야…’
첫날만 의도치 않게 도시락을 챙겨가야 한다고 한다.
냉장고 한켠에 고이 모셔둔 도시락통은
쓸쓸한 현실의 증거였다.
여행 당일, 서울을 출발한 버스 안은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식사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의 도시락 뚜껑이 하나 둘 열렸다.
김밥, 계란말이, 햄, 과일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나는 주저하다가 조용히 내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소시지, 계란말이, 마른반찬…
메뉴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
그런데 내 사정을 아는 몇몇 친구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야, 이거도 먹어. 우리 집 반찬 맛있어.”
“내 거 남았는데, 너도 같이 먹자.”
도시락 위로 반찬이 차곡차곡 쌓였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끝내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밥을 삼켰다.
입 안 가득 번지는 맛이 왜 그렇게 짠지 모르겠다.
밤이 되어 숙소 불이 꺼진 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과 조용히 속삭였다.
몰래 꺼낸 과자 봉지가 돌고
작은 손전등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웃음을 비췄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평범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마치 가진 게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날 밤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은 피곤에 지쳐 고요했다.
버스가 학교 앞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짐을 챙겨 흩어졌다.
누군가는 집으로 뛰어갔고 누군가는 친구와 함께 골목길로 사라졌다.
나도 조용히 가방을 둘러메고 발걸음을 옮겼다.
떠들썩했던 여행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여행이 끝나고 계절이 몇 번 바뀌었다.
어느새 교복 색이 바뀌었고
함께 걷는 얼굴들도 달라졌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 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집 안의 이야기보다
세상 속에서의 내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중학생의 나에게
네 친구들이 내어준 도시락처럼
세상은 때로 뜻밖의 따뜻함으로 다가오기도 해
그러니 네가 가진 게 작다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마
32살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