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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Oct 18. 2016

[제노바여행] 유난히, 유달리

01. 제노바

초조해지지 말자고 말해놓고, 계속해 안절부절이다.
연연해하지 말자고 되뇌어 놓고, 이것저것 들쑤셔 나를 어지럽히고 있다.






느낌에는 곧 들킬 것 같아요.
거짓말이라는 게 보통 그렇듯 결국 다 들키죠.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너무 많은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선의든 고의든 순간의 선택에 의해 거짓말을 했어요.

'진실을 말하기엔 이미 늦었버렸는 걸' 이라며 나를 설득했죠.

또 어떨 땐 나쁜 짓들을 할 때가 있어요.
나쁜 짓이라는 게 대개 그렇듯 결국 벌을 받죠.

이 역시도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상황이 사람이 본심이 현실이 모두 것들이 순식간에 엉켜버려 생긴 것 같아요.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라며 현실과 타협하죠.





_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믿고 있던 생각의 색깔을 누군가 다가와 나의 검은색 부분을 보여줄 때 

모르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니, 그 사람의 공격에 피해 갈 방법은 없어요.
왜이러나며 화도 내지 못해요. 화를 냈다간 더욱 인정해 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데 가끔 그 사람에게 고마울 때가 있어요.
나의 검은색 마음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는 것
계속해서 나의 차가운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나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그 사람 옆에선 내 주변 공기가 맑아진 것 같은 기분

꽁꽁 숨기는 건 혼자 힘으로는 되지 않아요. 
한 사람쯤은 감추는 물건의 정체를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숨기느라 헉헉 되고 있을 불안함도 숨 쉴 곳이 필요할 테니까요.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의 선함보단 악한 모습에도, 믿음직스러운 모습 보다 미덥지 못한 부분에도 
유난히 내가 남들과 다르더라도 유달리 내가 터무니없더라도 
그런 그녀의,이런 그의 불안함까지 사랑하는 것 


우리 사랑하는 사람의 숨 쉴 곳이 되어주어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보여드리고 싶었던 곳은 '제노바' 예요.
저는 오래전부터 유달리 낡고 오래되고, 유달리 아날로그적인 것들에 관심을 더 기울였던 것 같아요.

제노바는 그런 이유에서 부유한 왕국이 차츰 서서히 몰락한 것 같은 도시랄까?
낡고 앤티크하지만 왠지 비싸 보일 것 같은 가구 편집샵
화려한 색을 분명히 자랑하지만, 군데군데 색이 바래고, 벗겨진 건물들
관광객이 유난히 적었던 해변, 흔하게 볼 수 있던 나이 많은 강아지들 
하늘은 맑은데, 어두침침한 느낌의 가게와 거리 

적절하게 오묘하다.

그래서인지 자주 카메라를 꺼내 들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걷는 네가 부러워
옆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나인데도 
그런 네가 너무 부러워
한 템포 쉬어가기로 결정한다. 

착하게 한 발짝씩 순수하게 걷고 있는 너를 
바라보는 것조차 따뜻- 해져 잠시 숨을 
고르듯 너를 기다린다.

출발선은 달랐지만 어느 순간은 동일 선 상에서 만나길 바라며








사람이 좋아지는 마음은 반드시 언젠가는 옅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마음이 시들해진 쪽이 상대에게 쫓기게 되고, 마음이 남아있는 쪽은
이러쿵저러쿵 사랑을 이야기한다.




제가 좋아하는 요시다 슈이치 책 [동경만경]에 이런 문구가 나와요. 
사랑을 계속 이야기하는 저는 아직 사랑이 남아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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