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조차 차갑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분명 따뜻할 것 같이 위장해 놓고
따뜻할 것 같던 햇살이 차갑게 와 닿으니 걸 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걷다가 멈추었고, 몇 번을 울었다가 그쳤다.
그렇게 되니 자꾸만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도착해야 할 곳은 아직 까마득하게 먼 데,
따뜻할 것처럼, 예쁠 것처럼, 편할 것처럼_ 위장해 놓은 것들에 속아
자꾸만 내 발목을 멈추게 한다.
어른이기 때문에 솔직함의 양은 중요해요.
입이 무겁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생각이 가볍다고 해서 쉽게 어리다 단정하지도 않는데,
그런데도 어디까지가 솔직함으로 포장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디쯤이 여자의 매력도 지킬 수 있고, 친구의 질문에 상처 주지 않을 수 있고,
의리도 지켜질 수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의 어색함도 허물 수 있는지
아직 그 기준을 모르겠어요.
과연 얼마큼이 솔직함의 적정선일까요?
어디까지가 어른의 본분도 다 할 수 있고
내 옆의 사람들도 지킬 수 있으며, 내가 어른임을 잊지 않을 수 있는지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 모르는 걸까요...?
'이 품속이 아니더라도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그에게 기대어 안기는 순간 여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에게 안겨있지 않아도, 뒤엉켜있지 않아도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살아질 수 있을까?'
사랑은 순간순간 두려움을 동반한다.
행복할 때 지키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지니깐
그와 마주 앉아 먹고 있는 이 달콤한 케이크 안에도
우리가 행복했던 잠자리 속에도
그가 날 보며 웃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문득문득 찾아와 날 두렵게 만든다.
여행 중에 만난 고마운 날씨들
날 주저앉지 않게 해준 햇살 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또 한번 계절이 바뀌는 날들에 이르렀어요.
처음이라는 듯 내릴 새하얀 눈과 다시 맞서야 하는 차가운 바람이 벌써부터 두려워져요.
이 모든 것들을 또 한번 이겨낸다면
저는 조금 더 어른이 되어있을까요?
지금보다 한 발짝만이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이탈리아에 도착했어요.
기차를 2번이나 갈아타고, 소매치기를 한 번 당해야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_산타마리아 리구레
도착하자마자 입고 있던 겉옷을 다 벗어야 했어요.
어렵게 찾아와 준걸 환영하듯 해가 쨍쨍
이미 한 계절을 바쁘게 보낸 산타마리아의 해변
그 모레 위로 이제는 ‘쉼’ 상태에 들어간 배들이 수다를 떨며 앉아 있어요
하늘과 해, 배들과 모레가 다 함께 반짝거린다.
평화로워요. 이곳은
아쉽고요. 혼자 보는 모든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물밀듯 떠올라요.
여행 막바지 모든 것이 아쉽고 슬프고 애틋하고 고맙고요.
구글맵에 한국을 찾아보니 8991.0km만큼 떨어져 있네요.
그리워요 벌써부터, 나와 8991km 떨어질 이 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