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진 작가 인터뷰
21세기의 현대, 우리는 결코 혼자일 수 없다.
벗어나려 해도 또 누군가의 곁으로 갈 뿐이다. 내가 뱉은 말은 누군가를 지치게 할 것이고, 그 모든 행동과 결과들은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런 나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집중한 한 작가가 있다. 그녀는 동양화에서 시작해 이제는 다양한 소재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녀의 방식으로 담아낸 우리의 세상과 그 속의 관계는 어떤 형태일까?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의 졸업 작품과 그 외에도 다양 한 작품이 눈에 띄는데요.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회화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며 작가 생활을 하는 홍어진이라고 합니다.
위 작품이 저의 졸업 전시를 위한 작업이었는데요. 저의 작업은 나와 세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는 저의 작은 행동이 남에게 영향을 미치고,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같이 더불어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의 저 스스로 또한 모두 연결된 세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나와 주변으로 시작해 점점 퍼져나간 하나의 세계를 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Q. 저 세 작품 중 가장 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작품이 너무나 흥미로워요. 저 작품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드로잉으로 가볍게 한 작품들도 있고, 나의 장기들과 자연들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 직장에서의 주변 사람들의 삶 등을 담아냈습니다.
평소 다큐를 통해 영감을 얻는데, 특히 이 부분은 가장 높은 나무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원시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는 지금과 동떨어져 있어 편리한 도구는 없지만 그럼에도 원시적인 형태로서 행복한 형 태로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이외에도 사회와 동떨어진 사람들, 광산을 캐는 광부들, 그것으로 생산되는 것들과 폐기되는 것들,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원을 이루는 관계 속의 세계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또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행복한 아파트인데요. 행복한 아파트와 대비되는 달동네의 모습을 한 곳에 담아, 경제적인 차이를 볼 수 있고, 또 이 아파트 내부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전쟁 등으로 폐허가 된 내용 또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이 사실을 하나의 이미지로서 전달하고 싶어서 위와 같은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작품 중 개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계속 끌어안는 듯한 저 작품도 너무나 따스해 눈길이 가네요. 저 작품은 어떤 내용인가요?
다음 작품은 나의 태양이라는 작품인데요.
퇴근길에 집을 가며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노을이 지는 순간, 주변의 모든 풍경이 붉게 변화되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나에게도 나만의 태양이 있고 그 태양으로 인해 나의 새싹이 거대한 숲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각자만의 태양이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얼마나 개인이 풍성 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Q. 이번 신작에서도 이전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나요?
네, 여기부터는 신작인데요. 전반적인 나의 큰 주제는 보이지 않는 것,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 그려나가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들, 내가 외면하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을 직면하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요. 그 소재로 땅을 선택했습니다. 위에서 바라본 땅과 옆에서 바라본 것. 그 두 가지 를 대조적으로 작업했는데요.
왼쪽의 작업은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위에서 바라본 것을 작업을 했고, 오른쪽은 옆에서 왼쪽의 작업을 바라본 것입니다.
사람이 죽고 그는 양분이 되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단면적인 그림에 담아냈습니다.
그 이외의 작품 속의 뿌리들이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외에도 땅이라는 소재를 나만의 시각으로 풀이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추가로 얘기하자면 작업 기법에서도 차이를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웃음).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Q. 작업이 대부분 사람들 간의 관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이런 주제를 가지게 된 계기나 전환점이 있으신가요?
재작년에 프랑스 국제 교류전을 다녀왔는데요. 미셸 버레스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작가는 얇은 종이를 실로 엮는 작업을 하는데 그것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또 동양화라는 경계의 범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먹과 한지를 사용하는 해외작가의 작업을 동양화라고 할 수 있을까, 유화와 먹을 섞어 캔버스에 작업을 하면 그것 또한 동양화라고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를 통해 저는 작업을 범주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느껴 더 다양한 소재를 제한 없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원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나는 왜 살아가는지,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는지와 같은 생각들이요.
나의 결론은 그런 생각은 다 소용이 없고, 나는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고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의 개인에 집중한 생각들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 또한 타인의 존재로 인해 살아가게 되고, 그 타인에게도 나라는 존재는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일을 계기로 나에 대한 작업에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작업으로 도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작업이 천이나 종이를 실로 엮어 표현한 점이 정말 독특한 방식인 것 같은데요. 이 소재들도 그들만의 이유가 존재하나요?
많은 소재 중에 천을 활용하는 데에는 저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천은 되게 부드럽고, 모양이 어느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유동적인 소재라는 점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또 사람의 피부와 늘 맞닿아 있는 것은 늘 천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이 나의 접촉되고, 만나고, 연결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 기하는 작업과 비슷한 소재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작업에서는 주로 실을 활용하는데, 그 소재의 선택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은 무언가를 꿰매고 다른 것과 다른 것을 하나로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 부분에서 많이 활용하고, 실을 사용하면 작업의 강도가 높아지는데, 그 한 땀씩 꿰매는 과정에서 더 작업에 대해 몰두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결된 관계를 나타내지만, 그 관계가 그저 외면의 관계가 아닌 표면보다 깊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내면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Q. 이 작품을 보면 많은 표현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작가님은 작품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환경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강요하고 싶은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제 작품을 보며 계속 잊고 살던 그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문득 지나치다 생각나는 그 찰나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데요. 향후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땅바라보기 작업을 조금 더 탐구하려고 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게 된다면, 사랑과 혐오라는 주제에 대해 풀어나가려 합니다. 저에게 사랑이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일이고, 혐오는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데요. 자기 자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이 해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사랑과 혐오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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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진 작가의 전시는 5월 30일까지 첫 개인전으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인 스타그램(@h_eojinius)에서 그녀의 작품을 더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