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가 쓴 편지, 혜지가 쓴 시 모음집
너를 못 본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러버렸네.
그간 계속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었어. 학교는 아마 더 다니지 않을 것 같아. 글은 어디서든 쓸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듬어 봐도 가끔 네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우리가 같이 했던 시 수업날이 떠올라. 눈을 감으면 가끔 너랑 같이 앉아 있던 학교 운동장이, 식당이, 노래방이 떠오르고. 과거의 기억을 부유하다 보면 그 끝에는 꼭 네가 해준 말들이 건져 올려져.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미안해. 도망치듯 떠나 버려서. 도망이 아니었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할까 봐 겁나.
조카의 사진을 하나 붙일게. 요즘 내가 보고 있는 아이야. 아주 귀엽고 똘똘해. 누굴 닮았는지 눈치가 아주 빨라서 안쓰러울 지경이야. 언제 한 번 보러 와.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참 궁금해.
앙다물어라 조개처럼 입을
그들은 네 안에 진주를 품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테니
고개를 들지 말고 계속해서 숙여
바닥에 네 입술이 닿게 하라
그들의 이해는 오해에 불과할지니
뜨거워질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주 대신 물어뜯을 구석만
껍질에 겨우 붙어 있으니
깊은 해저 속에는
보물 대신 반짝이는 외로움만
숨어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할 어둠을 내버려 두고
다시 불판 위에 오를 테니
차가운 쇠젓가락으로 나를 베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