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태어나는 꿈을 꿨어

시, <태몽>

by 회복하는돌

태몽


혼자 태어나는 꿈을 꿨어

알에서 태어난 영웅의 길몽이 아닌가 싶겠지만

나의 태초는

거북이 등껍질 안으로 숨어들면서

시작됐어


누군가가 내 껍질을 두드리며

딱딱할까 물렁할까 가늠해 보는데,

아 그건 복숭아 얘기였지


나는 단단한 등껍질 안에 숨은

물렁한 복숭아

그 속의 단단한 씨앗으로 다시 태어나는

마트료시카식 생을

살고 싶었어


달걀을 깨트리면 노른자가 터져 나오듯

어떤 부서짐은 탄생이기도 하다는데

깨고 나와야 할 순간을 놓쳐

이리도 물러터져 버렸나


그럼에도 나는 단단한 결심을 품은

물렁한 복숭아니까


달큰한 과즙으로

아직 이름 없는 수정체의 가능성에

다시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랄게



Whisk_854217664b9e50487fd4e92dab69b096dr.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