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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Aug 30. 2016

나를 빛나게 하는 힘, 매력

무엇이 당신을 빛나게 하겠는가


영화배우 헤더 로클리어는 말했다.

"여자가 남자를 계속 바꿀 수 없기에, 립스틱 색상이라도 바꾸는 것"

글쎄, 남자를 계속 바꿀 수 있다 할지라도 여자의 입술은 변할 것만 같다.

적어도 계절이 변한다면,


벚꽃에서만 봄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여자를 봐도 봄을 느낄 수 있다.             

팔랑이는 꽃무늬 원피스 끝자락에도, 바람 따라 봄 향기 머금은 머릿결에도, 색깔이 바뀐 여자의 입술에서도 봄은 보인다.
그녀들 입술에 봄이 보여 저절로 시선이 돌아가니, 나도 몰래 우연히 '봄'이다.                  



여자의 입술은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했을까? 그 기원을 알면 무척 놀랍다.

기원전 3,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자의 시선을 강탈하는 여자의 립스틱엔 유구한 역사가 담겨 있다.


여자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했다.

기원전 1400년 경, 이집트에서 사용한 립스틱에는 유독성이 강한 브롬(Br)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바르면 심각한 질병이 생기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예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여자들은 뭔가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두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무서운 능력이다.

돈? 권력? 지위? 어쩌면 그런 것들조차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매력 자본


세상에는 세 가지 자본이 있다.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이 그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돈, 교육, 인맥'을 의미한다.

런던 정책연구센터의 캐서린 하킴은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는데, 그것이 '매력 자본'이다.

그녀는 매력이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제4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능수능란한 사교술과 유머, 패션 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 등 사람을 매력적인 존재로 만드는 이 모든 자원이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 될 수 있다.


사실, 매력 자본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외면을 당해 왔다.

그것은 고리타분한 종교 사상과 가부장제가 한몫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 기득권층의 방해가 컸다.


어느 국가에서든 기득권층은 부의 세습을 공고히 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이 독점할 수 있는 자본을 지켜 왔는데, 그것이 앞서 말한 '돈, 교육, 인맥'이다.

기득권층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해 성공적인 삶을 누리면서 그들의 후손을 '금수저'로 만들었다.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체제를 굳건히 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한 것이다.


반면, 매력은 그들이 지킬 수 있는 자본과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 독점할 수 없었다.

'돈, 교육, 인맥'은 때로는 상호보완적이며 하나를 통해 다른 것을 용이하게 얻을 수 있지만, 매력 자본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일반적인 자본과 전혀 상관없이 나타나기도 했다.


말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절세미인이 나라를 기울게 하거나, 매력적인 난세영웅이 등장하여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심각한 것은 절세미인이나 난세영웅이 '돈, 교육, 인맥'과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서린 하킴의 [매력 자본]


그런 이유로, 기득권층은 매력 자본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매력 요소를 천박한 것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돈, 교육, 인맥'이 없는 하위 계층이 매력 자본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했다.


하지만 매력의 위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무시당해왔던 매력 자본은 조용하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캐서린 하킴은 자신의 저서 <매력 자본>을 통해 매력이 일상에 미치는 '조용한 권력'을 어떻게 발휘해 왔는지 보여 준다.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최초로 벌어진 TV 토론은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매력이 더 주목받게 했다. 결국 가장 매력적인 정치가 닉 클레그의 지지율은 70%까지 치솟았고 정치 판세가 바뀌었다.

일반적인 사람이 100만 원을 벌 때, 비만인 사람들은 86만 원을 번다.

피고인이 매력적이라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미국에서 수감자들의 험상궂은 외모를 바꿔주는 프로젝트는 재수감률을 69%나 낮추었다.

노동인구 소득 중 10~20%는 사실상 '외모 프리미엄'이다.

매력적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도움받을 확률이 25% 증가한다.

매력적인 남성의 급여는 보통 남성보다 14~28% 높다.

섹스, 아름다움, 매력 자본은 소득이 많아질수록 더 많이 원하는 것들로,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상급재 superior goods'라고 부른다.

  - [매력 자본] 中



외모지상주


보통 매력이라고 하면 타고난 외모를 떠올리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송혜교나 김태희의 외모를 갖게 된다면 손쉽게 매력이 생기지 않을까?

불가능하진 않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성형외과들이 있으니까.

다만, 그로 인해 대량 생산된 외모는 또 다른 후유증을 낳는다.

어디서 많이 본 '흔한 얼굴'이 되니까 말이다.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연예술사들(일명, 픽업 아티스트)의 조언을 들어 보면, 성형 미인일수록 마음을 훔치기가 더 쉽다고 한다.

왜냐하면 성형의 횟수란 그녀들의 낮은 자존감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자존감이 약한 여성일수록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더 심한데, 결국 그녀들이 하는 쉬운 선택이란 외모를 바꾸는 성형수술이다.

이러한 여성의 약점이란 낮은 자존감이기에, 의외로 다음과 같은 감미로운 거짓말에 대단히 취약하다.


"넌 충분히 아름다워"


결국, 저렴하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타깃이 될 확률만 높아진다.

따라서 낮은 자존감을 성형수술로 해결한 여성들은 자신의 매력을 활용한 다기보단, 오히려 이용당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런 경우, 성형보다 시급한 것은 무너진 자존감의 회복이다.


매력을 타고난 외모로 한정하는 것이야말로 외모지상주의자들의 착각이다.

그들의 낮은 자존감이 매력의 의미만 협소하게 만들었다.


매력이란 타난 외모조차도 초월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것은 우아한 몸짓일 수도 있고, 감미로운 목소리일 수도 있으며, 고상한 품격일 수도 있다.

매력의 또 다른 표현인 섹슈얼리티(Sexuality)는 정적인 외모가 아니라 오히려 동적인 행위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성(性)과 관련 없을 것 같은 소통 능력과 리더십도 강력한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


매력 요소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기에 사람마다 전혀 다른 매력 요소를 가질 수 있다.

다만, 개성이 곧 매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거칠고 투박한 개성을 자각하여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개성을 누군가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매력으로 완성될 수 있다.


프랑스어에는 '벨르 레이드(Belle laide)'라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이것은 스타일이나 표현 능력을 통해 매력을 발산하는 못생긴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벨리 레이드는 건강하게 몸매를 가꾸고 좋은 자세를 취하며 남다른 품격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든다.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선택할 줄 알며 그로 인해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줄 아는 여성을 의미한다.

타고난 외모에 구속되지 않고 후천적 매력 계발에 성공한 벨리 레이드는 분명 매력적인 여성이라 할 수 있다.

(벨르 레이드처럼 남성에게는 '보 레이드(Bon laid)라는 표현이 있다.)


과거에는 매력이란 대체로 타고나야 하는 것이었고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매력 자본들이 생겨났고, 타고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었다. 심지어 타고난 외모조차도 후천적 노력으로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매력 자본에 있어 가장 활발한 문명을 이룩한 것은 여성이다.

화장품 회사를 창립한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했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가 있을 뿐"

"There are no ugly women, only lazy ones"

 - 헬레나 루빈스타인



나를 빛나게 하는 힘


살다 보면 인생이 안 풀릴 때가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못 가진 것을 한탄하게 된다.

돈이 모자라서, 교육이 부족해서, 인맥이 없어서.


다시 말해, 세상을 구성하는 세 가지 자본 '돈, 교육, 인맥'을 탓하기 쉽다.

하지만 상황 인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안 풀리는 이유는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당신이 무시당하는 이유는 교육이 부족해서가 아니며,

당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인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건 당신이 매력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매너가 없기 때문에 인생이 안 풀리는 것이고,

소통할 줄 모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이며,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그 또한 매력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타고난 외모를 가졌는가?

그게 아니라면 자기만의 섹슈얼리티를 가졌거나, 인간관계가 뛰어나거나, 유머러스하거나, 소통력이 뛰어나거나, 필력이 탁월하거나, 활력이 넘치거나, 스타일이 좋거나, 남다른 의리가 있거나, 리더십이 뛰어나거나, 정치를 잘 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후천적 노력이 뛰어난 '벨르 레이드'이거나.

뭐든 자신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조용한 권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기득권층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금수저'도 아니어서, 돈, 교육, 인맥이 부족하다면,

무엇이 당신을 빛나게 하겠는가.


일상을 바꾸는 [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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