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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Sep 10. 2016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운명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을 나는 보았다.
 - 스티븐 호킹



간혹 운명을 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사주는 바꿀 수 없고 운명은 주어진 사주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라 길흉화복이 정해져 있다는 소리인데, 우리의 운명이 이미 짜인 각본이라면 그것 만큼 허무한 삶도 없을 것 같다. 꽤 오래전, 이 말을 반쯤 믿고 점집에서 사주팔자를 보고 나면 과거는 잘 맞는 것 같은데 미래는 영 틀리기만 했었다. 좀 비싸더라도 용한 점집을 찾아가야 하는 걸까?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명망 있는 주역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주(四柱)가 정해진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운명도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표적인 주역학자 하늘산에 따르면, 사주팔자란 인생의 '라이프 코드(life code)'라고 말한다. 자신의 라이프 코드가 가진 의미를 풀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고 위험한 것은 경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게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운명을 개선하면 운이 트인다는 '개운(開運)의 효과'다. 우리가 목욕을 하거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고 나면 '개운하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거나 목욕을 하는 일은 운을 트이게 하는 '개운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 주어진 팔자대로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어느 주역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3천 명을 대상으로 사주팔자를 살펴봤더니 78%의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흘러가는 운명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즉, 20:80의 비율로 운명을 개선하는 사람도 '파레토의 법칙'을 따른다고 말할 수 있다. 동일한 '팔자'를 가진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는 증거도 있다. 옛날에 이런 의문을 품고 조사를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중국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이었다.


어린 시절, 음식을 구걸하던 떠돌이에서 명나라 황제가 된 주원장은 자신과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포정사'라는 별도의 기구를 두고 샅샅이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과 사주가 똑같은 사람들은 뱃사공, 스님, 거지, 상거래 중개인으로 살고 있었다. 결국 동일한 사주를 가진 사람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이성계는 항상 무학대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무학대사는 주역, 사주, 관상, 풍수지리에 아주 능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무학대사는 깊은 산길을 가다가 밤이 어두워 산속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오두막 주인의 대접이 어찌나 정성스러웠는지 감동을 받은 무학대사가 보답으로 사주를 봐주었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사주가 태조 이성계와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주인은 산속에서 벌통을 치는 평범한 산사람일 뿐이었다.


결국, 같은 운명을 가진 사람이라도 동일한 인생은 없으며 각자의 발자취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전개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어진 사주나 운명 그 자체가 우리의 인생 각본이 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다. 두 개의 독방이 있다. 각각의 방에는 한 사람씩 들어가 있는데 그들은 전혀 움직일 수 없게 온 몸이 묶여 있다. 그들은 각자의 독방에서 그 상태로 일주일을 버텨야만 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단지 그들의 이마 위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뿐이다.


첫 번째 방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 "당신은 이 방에서 일주일을 홀로 지내야 합니다. 무척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불행한 것은, 당신의 이마 위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것입니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이 고통을 주지 않겠지만, 당신의 이마 한가운데 계속해서 떨어진다면 점점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당신은 과연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독방의 사람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고통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이마에 구멍이 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왔다. 일주일 후, 그는 물방울 때문에 이마에 시퍼런 멍 자국이 생겼고 사경을 헤매는 모습으로 풀려나야 했다.


두 번째 방에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 "당신은 이 방에서 일주일을 홀로 지내야 합니다. 무척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신의 이마 위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것입니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이 희망을 주지 않겠지만, 당신의 이마 한가운데 계속해서 떨어진다면 희망을 주지 않을까요? 당신은 일주일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두 번째 독방의 사람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얼굴의 안면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니 입술을 적시는 데 성공했다. 일주일 후, 그는 물방울 덕분에 큰 갈증 없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은 같은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전혀 다른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똑같은 물방울이 떨어졌을 뿐인데 한 사람에게는 고통을, 다른 한 사람에게는 희망을 준 메시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동일한 상황에서 각자가 대처한 삶의 자세가 전혀 다른 메시지로 들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instagram : 딴생각 (oh_mi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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