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보는 한국
[해외에서 보는 한국]
지금 영국에서는 한류 전시회가 한창이다. 런던에 위치한 V&A 박물관에서 24일부터 열리는 한류 전시회는 한국 대중문화와 근현대사를 총망라하는 전시회로 개막 전부터 영국 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 한 영국 기자가 한류의 중심을 탐방하기 위해 SM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 대중문화의 흥망성쇠에 대해 조명해 본다. 다음은 영국 가디언의 해당 기사를 일부 번역한 내용이다.
가디언 (theguardian.com)
K-everything: the rise and rise of Korean culture
팀 애덤스(Tim Adams)
2022년 9월 4일 기사.
지난주, 나는 대한민국 서울의 한강 북쪽에 있는 거대한 댄스 스튜디오에 서 있었다. 이 빌딩은 21세기의 가장 강력한 문화 중 하나인 K-pop을 발명한 SM 엔터테인먼트의 본거지다. 'SM 컬처 유니버스'는 원래 가수와 DJ로 잠시 활동한 후 1980년대에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 이수만이라는 한국 대중음악 사업가의 비전이었다. 그는 한국 음악의 세계화를 꿈꾸며 서울로 돌아왔다.
댄스 스튜디오에서는 그의 조카 크리스 리(Cris Lee)가 꿈이 실현되는 모든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선, K-pop 아이돌들은 아시아 차트를 정복했다. 최근, BTS(지난 2년 동안 하이브에 의해 운영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보이그룹)의 놀라운 성공 이후, 그들은 세계 구석구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SM은 매년 11세 이상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의 새로운 멤버를 장기 계약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이 빌딩은 그들의 가상 주택이 되고 있다. 모든 방에 기자 회견, 팬 채팅, 라이브 스트리밍을 위한 무대가 마련돼 있고, 한 층은 '아티스트의 집', 한 층은 '아이돌'이 휴식을 취하거나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팬들이 밖에서 보고 소리를 지르는 동안), 다른 한 층은 '노래 캠프'로 세계 각지에서 온 작곡가들이 번갈아 날아다니며 노래를 만드는 곳이다.
크리스 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신인에게 전달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자신이 올림픽 팀에 있다면 훈련을 받아야 하고,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디어 교육을 받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청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인격을 가질 수 있는 방법도 가르칩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는 우리의 대화에 합류한 태용이다. 태용은 NCT 127이라는 그룹의 리더이다. NCT의 마지막 앨범 Sticker가 미국 빌보드 차트 3위에 올랐다. 모든 보이그룹과 걸그룹 멤버들처럼 태용도 아바타의 뼈 구조와 완벽한 피부, 그리고 일종의 중성적인 연약함(androgynous vulnerability)을 가지고 있다. 그는 10년 전 서울 거리에서 SM 탤런트 에이전트에 의해 외모로 인해 주목받았다고 설명한다. "태용이는 당시에 춤을 잘 못 췄어요"라고 크리스 리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는 최고의 댄서이자 훌륭한 래퍼입니다. 그는 이 건물과 저 연습실에서 살았습니다."
태용이는 27살이지만 17살처럼 보일 수도 있다. NCT 127의 리더로서 그의 책임은 무겁다. K-pop 밴드는 접근성에 관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 태용은 NCT 127의 팬 커뮤니티와 거의 영구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는데, 이는 팬들이 아이돌의 가상 버전을 만날 수 있는 메타버스를 통해서다. 또 SM은 2년 전 4명의 실존 멤버와 그들의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걸그룹인 '에스파'를 출시했는데, 각각 가상의 삶과 배경을 갖고 있다. 유비쿼터스에 대한 이러한 욕망은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 리는 말한다. "NCT 127은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이 밴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9명이고 물리적으로는 한국에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도 NCT가 있으며 세계 다른 곳에서도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유행 이전에도 SM은 가상현실과 홀로그램이 포함된 온라인 콘서트를 만들었다. 현재 목표는 '온라인 콘서트 2.0 버전'이다. SM 출연자 명단을 담은 라이브 쇼는 전 세계에서 5천6백만 명의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크리스 리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시청자)은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거라고 말한다. "우리는 섹스, 마약, 클럽에 대해 노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쁜 꿈은 팔지 않고 좋은 꿈을 팝니다." 그 정신은 K-pop 팬과 그들의 우상을 향한 욕망보다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K-pop 스타들이 온라인 학대의 표적이 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한 사례들이 있었다. BTS와 NCT의 팬들은 온라인에서 비평가와 악플러(trolls)에 대한 24시간 시위와 법적 조치를 취할 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이름으로 자선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BTS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해 유엔에서 연설도 했다. K-pop은 친절과 포용을 보호하는 것보다 반란에 덜 관심이 있는 세대에게 호소한다.
리는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 사진은 2000년 상하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것이다. 원조 SM 엔터테인먼트 보이밴드 H.O.T가 베이징에서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고 신문의 헤드라인은 한류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이 사진에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라고 리는 말하며 배낭에 태극기를 꿰매고 있는 중국 군중을 확대한다. "그 깃발에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마도 그들이 처음으로 한국적인 것이 멋지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비디오 게임, TV, 패션, 음식 등 전 세계적으로 번성했던 한국적 멋스러움(Korean coolness)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물이 이달 말 런던 V&A 박물관에서 전시될 것이다. 한류, K-pop 팩토리를 방문한 것은 한류 열풍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다음에 어디서 끊어질 것 같은지를 알기 위해 서울의 원칙인 'ppali-ppali(빨리빨리)'를 따르는 빠른 투어의 일부였다.
SM의 이수만은 한국 엔터 산업이 문화 수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효과적인 '소프트파워'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문화 수출이 경제 대국 건설(하드파워)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한국 모델은 "문화가 우선, 경제는 두 번째"였다. '한국적 멋스러움(Korean coolness)'이라는 개념이 먼저 수출되고 이후에 삼성과 LG, 현대, 기아차가 이익을 얻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엘비스 이후 팝 아이돌에 대한 10대들의 사랑보다 더 뜨거운 사랑은 없다. 한국 정부는 그러한 사랑이 국익을 위한 힘으로 무기화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한국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인 홍은원은 그녀의 책 'The Birth of Korean Cool : (부제) 한 나라가 대중문화를 통해 세계를 정복하는 방법'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에 대중문화를 팔려고 시도한 국가는 거의 없었다.' 영어권에서 한류의 예상 밖 기폭제는 '강남 스타일'로, 싸이의 2012년 트랙으로써 유튜브에서 10억 번 이상 조회된 최초의 영상이 되었다. 서울에서 물질적 욕망이 가득하고 성형에 집착하는 엘리트들의 가식을 과시하는 강남 스타일은 한국 문화의 진지함과 대립되는 쉽고 불손한 정신을 표현했다. 그것은 이러한 아이러니와 뉘앙스가 오로지 서방 세계의 독점일 거라는 안일한 의식을 뒤집어 버렸다.
싸이의 세계적인 성공은 한국 역사를 특징짓는 극적인 흥망성쇠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권위주의적 억압과 집단적 자유 의지가 뒤섞인 '은둔 왕국'은 1990년대 후반에 기술과 제조업의 성공 사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한국 정부가 IMF에 570억 달러의 긴급 대출을 요청했을 때인 1997년 경제 붕괴와 함께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그날은 여전히 국가 겸손의 날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많은 집단적 희생정신이 있었다. (수천 명의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국가적 대의를 위해 결혼반지를 자발적으로 기부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국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 재건을 위한 대대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홍은원의 책에 인용된 장관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미국이 영화로부터, 영국은 뮤지컬로부터 얼마나 많은 수입을 얻었는지에 대해 놀라워했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를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을 만드는 벤치마크로 삼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IMF 위기 이후, 대통령은 한국의 창조 산업과 인재 육성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민관 투자 기금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문화 콘텐츠 사무국에 돈을 썼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으로부터의 문화 수입의 홍수로 인해 더 고무되었다. (한 가지 한국인을 단결시키는 게 있다면, 그것은 잔혹한 일본 제국 통치에 대한 오랜 기억이다). 온 나라에 퍼진 J-pop과 J-movies를 자국 문화로 뒤엎으려는 움직임은 전국적인 강박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노래를 멈출 수 없었다. 2009년 영국 갓 탤런트의 한국 버전인 슈퍼스타 K의 출시로 70만 명 이상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러다 2012년 네 번째 시즌까지 그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 정부의 리브랜딩 프로그램의 또 다른 분야는 디지털 미래에 대한 헌신이었다. 광대역 고속 인터넷은 2010년까지 거의 모든 한국 가정에 공급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조기 도입 결과 한류 열풍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경향이 생겼다. K-pop 스타들이 콘서트 무대와 상상 속의 메타버스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e스포츠는 현실에서의 경쟁과 온라인 게임을 결합시켰다. 서울에 있는 동안, 나는 강남에 있는 e스포츠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할 수 있는 T1의 본부를 방문했다. K-pop과 마찬가지로, T1은 그들의 모든 것을 정복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위해 십 대 스타들을 모집하고 육성한다. 야행성 플레이어(T1 단지에서의 식사 스케줄은 항상 한 단계 늦는다. 아침은 점심시간, 저녁은 이른 시간이다)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라이브 스트리밍 경기 전후에 수많은 팬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모든 가상의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에는 강력한 전통적인 감각이 있다. 어느 날 밤 서울에서 84세의 심영순 씨와 저녁을 먹었는데, 그는 한식에 있어서 델리아 스미스와 엘리자베스 데이비드를 섞어 놓은 듯한 존재였다. 그녀는 뻣뻣한 방한복을 입고 딸의 식당에 나타났다. 심 씨는 50년 동안 한국 요리를 전파해 왔으며 세계 요리와 열악한 관계 속에서 항산화 물질(김치)이 풍부한 미슐랭 스타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김치는 그 혁명의 핵심이다. 양념 배추 요리는 김장에 대한 집단적 기억 때문에 한국인들의 가슴속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장은 배추 잎으로 가득 찬 통을 고추, 소금, 마늘, 생강, 멸치젓으로 마사지하는 공동의 가을 의식이다. 한국이 전쟁으로 찢긴 역사상 가장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것은 지하 항아리에서 거품을 내고 발효시킨 김치 덕분이었다.
심 씨는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과 함께 수십 가지의 다양한 김치 조리법을 수집하며 한국 각지를 여행했다. 그녀는 한국 요리의 미묘한 견제와 균형에 집착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의 건강을 돌본다. 김치에 대한 이러한 바이러스적 믿음은 K-pop과 함께 COVID 기간 동안 적절하게 세계화되었다.
방진아는 한국문화홍보원장이다. 13년 동안 그 부서에서 일하면서 한류 열풍이 물결에서 대홍수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말했다. "약 10년 전, 우리는 큰 변화를 알아차렸습니다. 그전만 해도 외국 언론에서 한국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국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문화, 즉 K-pop, K-classical, K-movies에 관한 것입니다. 기사 수도 최근 3배 증가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연간 Good Country Index라는 흥미로운 국제 지표에 대해 언급했다. 이 지표는 각 국가들이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판매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수량화한 지표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문화 영향력 순위에서 6위(영국은 23위)를 차지했다. (https://index.goodcountry.org)
방 씨는 웃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자신의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이란 소프트파워의 주역인 영국 의회와 BBC의 효과를 벤치마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현 영국 정부가 과거의 성공 스토리를 갉아먹고, BBC를 훼손하고, 깨어있는 영국 평의회의 예산을 삭감하고, 대학의 창의성과 디자인 강좌를 폐쇄하는 데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를, 그러자 그녀가 물었다. "왜 그런 거죠?". 나는 대답해 주었다. "나를 검색해 봐요."(아마도 자신의 기사를 검색해 보라는 의미인 듯). 어쩌면 그것은 파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진하는 모든 것에 대해 항상 후퇴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기사 원문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sep/04/korea-culture-k-pop-music-film-tv-hallyu-v-and-a
이 기사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난 BTS는 알았지만 NCT는 몰랐다는 사실이다. 해외를 보다가 거꾸로 한국의 것을 알게 되는 요즘이다. 간혹 유튜브에서 '커버 댄스(cover dance)'라든지 '랜덤 댄스(random dance)'라는 영상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또한 kpop과 관련되어 있다. kpop 아이돌의 군무를 따라 하는 영상들인데 대부분 우리나라 유튜버가 만든 영상이 아니다. 주로 유럽과 남미,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만든 것인데, kpop 안무를 따라 하며 마치 아이돌처럼 그들만의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영상들을 보다 보면 문득 'kpop에 저런 노래도 있구나'라는 것도 알게 된다.
얼마 전에는 스페인 언론을 보다가 우리말 표현을 알게 되었다. 스페인 신문 '엘 컨피덴셜(El Confidencial)'에서 전 세계 MZ세대를 조명하는 기사를 봤는데, MZ세대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honjok'이라는 표현을 썼다. 난 이게 당연히 스페인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말 '혼족'이었다. (혼족 : 혼자 활동하고 즐기는 MZ세대의 특징). 이미 영어식 표현이 된 '먹방 mukbang'과 '치맥 chimaek'처럼 혼족이라는 표현도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우리말 표현이었다.
글로벌 MZ세대들의 문화적 파급력에 새삼 놀랍다. 그들이 '혼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그 특징이 되는 '혼밥 honbap', '혼술 honsul', '혼놀 honnol'도 그들의 표현법이 된다. 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언어가 아닌 셈이다. 자꾸 이런 현상이 생길수록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대박 Daebak!'이라고 외치며 한국어가 공식 등재되는 재미난 현상이 늘어나게 된다. (옥스퍼드 K-update : https://public.oed.com/blog/daebak-a-k-update)
이런 현상은 한 국가의 하드파워(국력)가 소프트파워(문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이 그렇다. 앞서 가디언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국력의 힘으로 문화를 강제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K-Wave로 표현되는 이 현상은 정치·외교·경제력과 무관하게 새로운 세대(특히 MZ세대)에 의해 전파되고 경험하게 되는 취향에 관한 것이다. 취향은 기성세대가 가진 국가관을 초월한다. 미국을 동경하기 때문에 미국 문화를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BTS와 블랙핑크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며, 페이커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의 e스포츠와 PC방을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외교·군사적 문제(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류 금지령(한한령)을 선포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것처럼, 오히려 지금은 하드파워가 소프트파워를 장악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취향이란 한 국가로 인식되는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관을 초월하는 글로벌 소통 방식이다. 접두사 'K'는 한 국가를 의미하겠지만 이는 국력과 무관하다. '1인치의 장벽'을 허물었던 영화 '기생충'처럼 언어를 허물고 국가를 허무는 일에 접두사 'K'가 쓰인다. 이것이 글로벌한 취향이며 바람직한 문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