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 사진작가가 정말 맞이하고 싶었던 순간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묻자 자신의 행복은 카메라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카메라는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매개체이지만 정작 그 순간을 맞이하면 카메라는 방해가 될 뿐이다. 어떻게 보면 모순이지만, 궁극적인 순간에 행복의 본질을 잊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적인 문장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문장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될까? 책을 덮고 가슴으로 음미해야 한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책은 읽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덮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멈추고 음미하는 것. 그 순간 책은 방해가 될 뿐이다.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것을 만나기 위해 했던 매개물에 집착할 때가 있다. 카메라든 책이든 그게 행복은 아니다. 그 너머의 무언가였다. 만약 돈을 좇고 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 우리는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사실은 돈으로 얻기 위한 무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