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우린 모두 자기 생의 작가
아직 하노이 3일차
7월 6일 토요일, 밤 10시
하노이 스핑크스에서 밤이 깊어 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다른 컨셉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고 한다. 이 모든 걸 전체적으로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등장하는 공연자들도 흠잡을 데 없이 프로페셔널했다.
베트남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언어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새삼 보디랭귀지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파파고 앱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번역 오류가 심했다.
일례로, 나에게 "가족 여행 온 것이냐?"라고 물어보길래
"미안해요. 전 사실 혼자입니다."라고 답을 했더니 파파고가 이렇게 번역해 버렸다.
파파고에 울고 웃었던 시간들...
밤 11시,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매우 가정적인 남자 규성이를 집에 보내고, 초이와 나는 호텔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버렸다. 스핑크스에서의 여운 때문인지 도저히 그냥 잘 수 없었다. 우리는 타히엔 맥주거리를 다시 찾아갔다.
밤 12시,
타히엔 맥주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잉글랜드와 스위스의 축구 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길거리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유럽 친구들이 매우 많이 보였다. 하노이에 유럽 친구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랩을 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그랩 택시 안에서 달리는 오토바이를 구경해 본다.
나 왜 잠이 안 오지?
객실 TV로 내 유튜브 계정을 연결해서 본다.
새벽 3시쯤, 의식이 서서히 희미해진다.
아침 8시
하노이에서 마지막 날
7월 7일 일요일
어김없이 조식을 챙겨 먹는다. (나 진짜 부지런하다)
여담이지만,
어제 스핑크스에서 어떤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초이를 가리키며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알려줬다.
"그는 홍콩에서 온 부동산 사업가야"
초이야, 이참에 홍콩에서 부동산 사업이라도 해볼래?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시간뿐,
우리 이제 뭐 하지?
우린 모두 자기 생의 작가다.
모두가 하노이 여행을 할 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여행일 순 없다. 나의 하노이 여행이고, 초이의 하노이 여행이다. 우리는 각자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그들과 나눈 언어들, 때론 언어와 언어 사이에 여백을 채웠던 몸짓들, 그리고 향기들.
훗날 어디선가 또 보드카를 마시게 되면, 하노이에서 보냈던 밤들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오후 5시,
마지막으로 규성이와 같이 하노이 랜드마크72로 향했다.
거기서 중화요리를 먹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랜드마크72의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스카이라운지 안에서도 가장 높은 바(Bar)에 들어섰다.
우린 하노이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스카이라운지에는 별도의 흡연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창문을 내다본 순간, 하노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아쉬움을 남기며
땀비엣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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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행기에 올리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진들은 몇 장 남겨본다.
Good-bye Han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