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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Jul 05. 2017

무뢰한 하루


남자는 사랑을 모르기에 정글 같은 세상에서 동물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자는 사랑을 알기 때문에 정글 같은 세상에서 인간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다.

 - esquire 2015.07 / 신기주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2년 전 오늘 내가 남긴 글이라며 뉴스피드에 떠 있었다.

그 '무뢰한' 영화가 새삼 떠올랐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얼굴 위로 '무뢰한'이라는 자막을 띄웠던 지나친 배려심마저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여자는 사랑했기 때문에 그 남자의 몸에 상처를 입혔고, 남자는 자신의 일에 충실했기 때문에 그 여자의 가슴에 상처를 입혔다.

영화 속 수많은 맥락들이 두 남녀의 사랑을 증명하지만, 맥락을 잃은 남자는 결국 일만 했다.

그 남자가 무뢰한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은 맥락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결말을 뉴스 형식으로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남자는 범인을 잡은 모범 형사이며, 여자는 범인을 숨긴 나쁜 여자일 뿐이다. 뉴스의 결말은 그 여자를 무뢰한으로 만든다.




오늘 회사에서 어떤 공지사항을 접했다.

동료가 징계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고, 그 내용을 공지로 접한 우리는 결론만 들을 수 있었다.

결론만 남겨진, 맥락이 없는 뉴스는 한 동료를 무뢰한으로 만들었다.


영화 '무뢰한'이 새삼 머릿속을 맴도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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