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산책 001.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읽고,
무언가를 아주 열중해 하면 미련하게 보인다. 그게 '일'이라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어느덧 일과 나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4년 차이지만, 사회초년생 때는 일쪽으로 무너진 채로 살았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 과도하게 일을 하곤 했는데, 당시 퇴사를 앞둔 나의 팀장님은 "00님. 일 말고, 연애를 좀 하세요."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는 바로 이해했었다. 일에 몰두해 있는 게 팀장님 눈에도 보였을 테니까, 내 삶을 살라는 메시지였다. 근데 일을 사랑할 순 없을까? 보다 정확하게는 '일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말이다.
p.26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성공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꾸준히 여러 번 시도를 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사람이며, 실패했을 때 오래 끌어안고 앓기보다 금방 털고 일어나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걸 회복 탄력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10대부터 지금의 30대까지 인생이 순탄하게 풀렸고, 크게 살면서 불행과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식당을 가면 항상 운 좋게 서비스를 받았고, 무얼 하든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운이 좋다는 건 내 태도로부터 시작됨을 요즘 많이 느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모든 이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 뭐든지 열심히 해보려는 태도,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태도. 이러한 태도가 나의 주변 환경을 만들고, 나의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며, 결국 나를 운이 좋은 사람으로 만들게 해 준다.
p.27 행운은 많은 순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운을 좋게 만든다는 건,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대하는 일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로 나를 유지하는 일 말이다.
사회초년생 때는 일은 혼자 하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요즘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나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말이다. 나는 팀원들과 사적으로도 굉장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만약 내가 이들 중 누군가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역할이 된다면, 사적인 영역과 일적인 영역은 분명히 구분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언제든 평가받는 사람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야 한다.
p.42 타인에 대해 내리는 평가를 보면, 평가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이 보일 때가 많다. 90년 대생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이 이기적이고, 포기가 빠르고, 대접만 받으려 하며 희생할 줄 모른다 같은 평가들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평가 내리는 이들이 어떤 가치를 믿어왔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평가를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나타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요령을 피워 열심히 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싫어한다. 상습적으로 계산하며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할까 생각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긍정/열정/배려가 내가 믿는 가치인 것이다.
p.56 “결혼은 너의 인생을 바꾸지 않아. 출산과 육아가 바꾸지.” … 조직의 일원으로서 커리어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패러디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연차가 쌓인다고 너의 회사생활이 바뀌지 않아. 매니저가 될 때 바뀌지.” 실무자에서 관리자가 될 때,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과 스킬이 확 달라진다.
최근 '매니징'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다. 여러 리더들을 겪으면서 각각의 리더 스타일에 따라 내 업무도 아주 많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아직 한창 실무자이지만 지금부터 나라는 사람 하나를 매니징 하는 걸 연습해야 추후 관리자가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매니징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매니징이라는 것은 나부터, 내가 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p.59 여성들이 높이 올라가는 걸 꿈꾸지 않는 이유가 정말로 실무를 너무 좋아해서일까? 재미있는 현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서일까? 큰 기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쉽고 안전한 테두리 속으로 스스로를 제한해 온 건 아닐까? 거꾸로 남자들이 자기는 어느 직급 이상은 승진하지 않을 거라고 선을 긋는 경우는 없다. 많은 회사의 성비를 보면 사원, 대리급은 여성이 수두룩하지만 팀장,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점점 줄어든다. 동일시할 수 있는 롤모델이 부족한 환경 속에 있다 보면 성공에 대한 상상력의 사이즈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회사는 여성 리더들이 많다. 나의 성공에 대한 상상력의 사이즈는 크다. 근데 가끔 내부 소리를 듣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상상을 짓밟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스스로 여성 리더를 폄하하면서 그 가치를 낮추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 항상 사람의 좋은 면부터 먼저 보는 것을 습관화하기!
준비한 제안서가 통과되었을 때, 내 머릿속을 떠돌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세상에 나가는 걸 볼 때, 노력의 성과가 조직 안에서 인정받아 보상으로 돌아올 때 누리는 성취감은 다른 장르의 즐거움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일의 성취감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말. 공감된다.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일을, 일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