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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뷰 Apr 22. 2023

성난 사람들이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과몰입과 딴생각 ep.11 - 넷플릭스 [성난사람들]를 보고,

드라마 타이틀이 비프라 해서 소고기? 했는데 알고 보니 BEEF는 '불평을 하다', '불만을 표출하다'라는 뜻의 슬랭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제목과 같이 '성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연속 복수극을 보여준다.


죽으려는 마음으로 산 숯불 화로를 반품하러 갔다가 영수증을 못 찾아 포기한 대니(스티븐 연)는 마트 주차장에서 벤츠 SUV와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끝도 없이 들리는 클락션 소리와 함께 가운데 손가락(fuck you!)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가버리는 것이다. 모든 게 안 풀리던 대니는 화를 못 참고 벤츠를 추격하게 되고, 이 난폭 운전 사건으로 벤츠 차주였던 에이미(앨리 웡)와 얽히고설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된다.

성난 사람들 1화 -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

드라마는 '분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에이미의 남편 조지(죠셉 리)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격해지기 전에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 긍정적인 일에 집중하면 되는 것일까? 단순히 분노에 잠식되지 말고 삶을 살라는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분노를 멈추고 회피하기 전에 보다 '화'에 대해 용감하게 직면할 필요가 있다.

성난 사람들 1화 -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

왜 화가 나는가? 대니와 에이미가 성난 이유는 무엇인가? 

둘은 본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 우선 솔직하지 못하다. 대니는 자신의 부모님 사업을 망하게 한 사촌 형한테 아무 소리도 못하고, 배선을 잘못해 부모님 집을 태우게 만든 것도 동생과 에이미의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동생도 자기 같길 바라는 마음에 동생의 대학 원서까지 모두 버렸으니 말이다. 

에이미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화병이 마음에 안 들지만 자신의 갤러리에 전시한다고 말한다. 실상은 창고에 박아두었지만 말이다. 1화에 나오는 이 화분에 대한 감정은 10화 마지막에 가서야 '완전 싫다'라고 말하게 된다. 또, 재수 없는 포스터스의 CEO 조던에게 늘 잘보이려 애쓰고, 늘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성난 사람들 1화 - 새들은 노래하는 게 아니야, 고통에 울부짖는 거지
성난 사람들 10화 - 빛의 형상

성난 사람들이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대니와 에이미 모두 본인들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본인 감정과 의지대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뻔한 자기애?라고 할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표현이 몇 번 나온다. 

성난 사람들 7화 - 나는 새장이라네
성난 사람들 10화 - 빛의 형상

7화에서 에이미는 상담 때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묻는다. 마지막 10화에서도 딸 주니의 얘기를 하면서 조건부가 되어가는 딸의 사랑에 씁쓸해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한가? 사실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도, 친구도, 연인도, 심지어 내 자식까지도 우리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못한다. 나 말고 모든 대상들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점들이 생기고, 그것을 충족하지 못할 때 서운해하고 실망하니 말이다. 


그런데 대니와 에이미는 자기 자신마저도 사랑하지 못했다. 조건이 붙었다. 대니는 부모님께 집을 사드려야 하는 조건이 있어야 좋은 아들이 된다고 생각했고, 동생에게는 좋은 형으로서 동생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다. 본인이 부족한 형이 될 수 없었다. 

에이미도 마찬가지다. 에이미는 딸 주니가 남편 조지의 장점과 자신의 구제 가능한 점이 만나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기의 부정적인 것들이 대물림될까 봐 하는 본인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조건들을 만들어 가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조건만 좇다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게 된다.

성난 사람들 10화 - 빛의 형상

서로가 서로가 되어 서로를 사랑하는 법

그러다 환각으로 인해 대니와 에이미는 서로가 서로가 된다. 

내가 말하는 것인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어졌을 때 둘은 온전히 서로가 되어서 '나'를 이해한다. 타인이 되어 나를 보고, 나를 들여다 보고, 내 마음속의 얘기를 마침내 해보게 된다. "누구랑 이런 식으로 얘기해 보는 건 처음이야"라고 말했지만, 실상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한 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 마음속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 말이다.

성난 사람들 10화 - 빛의 형상

이제 둘은 더 이상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조건 속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회사를 비싼 값에 팔지 않아도, 좋은 집을 사지 못해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법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화나는 일이 생길 것이고, 화를 내겠지만 그것을 정당화하며 자신을 회피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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