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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뷰 Jul 17. 2023

피의 게임2는 왜 용두사미가 되었는가?

패착은 '야생'에 있다. 이로 느낀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중요한 이유.


피의 게임2을 워낙 재밌게 본 터라 리뷰를 남겨야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마지막화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용두사미. 한 마디로 결말이 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게임을 결승전에서도 반복한다든가 하는 게임 연출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내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것은 연출자들의 과한 설정으로 출연자들의 동기 부여를 뺏는구나였다.


이런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인간의 욕심, 배신, 승리에 대한 집착 등 일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감정도 허용된다. 심지어 이런 포인트들에 시청자들이 더 열광하기도 한다. (덱스 하승진 장면이 가장 핫한 장면이 된 것처럼 말이다.) 결국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지만 '어떻게 얼마큼 치열하게 승부했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중요한 건 참여자들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의 게임2는 참여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바로 '야생'이란 환경 연출 때문에 말이다.


물론 초반 야생팀의 나날을 보여줄 땐 흥미로웠다. 먹을 것도, 잘 곳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를 버티게 하는 것은 '습격의 날'이라는 큰 목표가 있었다. '목표 시점까지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습격을 해야 한다.'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습격의 날. 야생팀은 성공하고, 반대로 내부팀은 야생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야생팀으로 설정되어 있었다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던 내부팀이 지옥과도 같은 야생으로 향할 때, 내가 그들에게서 본 감정은 '복수'가 아닌 '포기'에 가까웠다.


습격의 날을 중점으로 이후부터는 참여자 한 명씩 지쳐가는 것이 눈에 너무 보였다. 사실 뇌도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복수할 전략도 세우는 것인데, 그저 버텨야 한다는 '생존'만 생각하기에도 다들 벅찬 것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더 이상 치열하게 싸워 이길 생각을 못한 것 같다.

보통 유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한 명씩 탈락할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고 분한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 말이다. 근데 피의 게임2에서는 탈락자들의 표정에서 안도감을 더 많이 보았다. 드디어 집에 간다는 편안한 마음. 더 이상 이 힘든 환경에 놓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섭섭보단 확실히 시원함이 더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스로가 세우는 목표와 동기부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잠시 딴 생각을 했따.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고자 할 때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세운 목표와 이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면 결승선까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근데 정말 청개구리 심보인지, 남이 억지로 만들어준 목표는 존재만 할 뿐, 강력한 동기부여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나 말고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상황도 분명 있다. 회사 생활을 예로 들면 내가 프로젝트나 팀의 리더일 때 말이다. 그래서 느낀 건 억지로 압박감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그런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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