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쪼렙의 육我육兒 이야기
여덟 살 준이, 다섯 살 민이.
30개월 터울의 두 아들은 잘 노는 만큼이나 잘 싸운다.
티격태격 다툴 때 그 내용에 따라 내게 오는 자극이 다른데
형아인 준이가 동생에게 ‘너는 그래봤자 나보다 못하는 게 많다’는 내용을 주입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때
그때가 나에게는 위기 경보가 켜지는 때이다.
하루는 쌀국수를 만들어 차려주었다. 국자를 달라던 민이가 나를 불렀다.
민: (감격해서) 엄마, 나 국물 내가 혼자 덜었어. 나 이제 이거 뜨는 거 잘해.
그때였다. 대뜸 형인 준이가 깔보듯 말했다.
준: 너 그런데 젓가락질은 못 하잖아.
나: (준이 말 못 들은 듯) 국물 혼자 덜었어? 와!
준: 근데 옆에 다 흘렸네.
나: (못 본 척, 못 들은 척)
준: 봐봐~. 너 여기 다 쏟았네~
나: (날카로운 목소리) 준아.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준: 뭐가?
나: 준이가 뭐라 그랬어. 민아 너 못하잖아. 민아, 너 젓가락질은 못 하지. 다 쏟았네. 그렇게 말했어.
준: 응, 맞잖아.
나: 맞고 틀리고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민이가 듣고 속상할 거 같아서 준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고 싶었어.
준: 사람들이 다 민이만 예뻐하고 좋아하는 거 같아. 안동할머니할아버지랑 장흥할머니할아버지랑 다.
나: 아, 그래?
준: 민이는 귀엽잖아.
‘민이는 귀엽잖아.
준이는 이 말을 할 때 동생의 귀여움에 대한 인정과 체념이 섞인 말투였달까? 애처롭게 들렸다.
듣고 있던 민이가 말했다.
민: 형아도 존중받고 싶은 건가 봐. 귀여워서 존중받고 싶어?
평소 내가 자주 쓰는 말을 갖다 붙여 진지하게 말한다. 준이 말대로 민이는 귀여웠다.
준: 그게 아니야. 존중은 아니야.
나: 그럼 준이도 귀여움 받고 싶은 거야?
내 말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준이가 바로 답했다.
준: ‘나도 좀 챙겨줘.’ 그런 말이 하고 싶어.
쌀국수에 시선을 꽂은 채 이야기하는 준이
나: 준이도 좀 챙겨줬으면 좋겠어? 민이만큼, 민이보다 더 많이?
나는 최대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준: 어. (갑자기 울컥하더니) 아빠가 자꾸 민이가 나보다 나이 적다고 내가 다 하래. (눈물 삼키더니) 그런 적 있어. 많아.
나: 아. 준이가 생각할 때, 민이는 준이보다 어리다고 다 괜찮다고 하고, 사람들이 민이만 귀여워하고 그러는 거 같았어? 그래서 민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거를 ‘맞아!’ 이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네. 좀 못하는 걸 찾아서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었어?
준: 맞아. 미운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
민: 형아가 그렇게 말한 거 너무 슬퍼. 젓가락질 못하잖아 한 게 좀 슬퍼.
민이에게 눈으로만 끄덕였다. 준이와 대화를 이어갔다.
나: 우리 준이 그랬구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그랬겠다. 지금 이야기하면서 좀 어때?
준: 속이 좀 시원해.
나: 그래서 그랬구나. 준이 마음이 이해가 돼.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도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민이처럼 귀여움 받거나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나도 좀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네. 그러면 준민이한테 ‘너는 못났어’ 이렇게 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표현하는 게 어때? 어떻게 생각해?
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게 더 낫겠지.
나: 그치.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준: 응
나: 알았어. 지금 이렇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니까 못 본 척 못 들은 척했던 부분이 미안했고, 다음에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문제라 생각하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은 단지 나의 기질이나 아이의 기질, 또는 그 상황만이 이유가 아니라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상호작용들의 결과임을 또 한 번 알았다.
그 과정을 내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면밀히 살피고 대화를 충분히 나누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한테 ‘나 좀 챙겨줘’라고 말하는 게 쉬울까?
쉽지 않은데, 아이에게는 그걸 하라고 참 쉽게도 말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게 나고, 이런 고민이 지금의 나다.
준이의 그 마음은 준이에게도 이야기했듯 충분히 이해된다. 먼저 좀 깊이 살펴주고 챙겨주자고 남편과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