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ms May 01. 2020

Intro.
'스펙을 뛰어넘는' 면접법

연애와 면접,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항상 이성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기념일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100일부터 200, 300일, 1주년, 2주년 꼼꼼하게 챙겨서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상대방의 존중과 존경을 받을만한 멋진 모습도 갖고 있습니다. 제 일을 멋지게 해내고, 제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이며 주변으로부터 부러움과 인정을 두루 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 어떠신가요!?"


소개팅의 상대방으로 나온 이성이 다짜고짜 이렇게 얘기한다고 생각해보자.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신뢰하겠는가. 상대방의 진정성, 색깔이 느껴지는가? 처음 본 상대방이 스스로 내린 자기평가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신뢰는 커녕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느끼고 싶은데 상대방의 강요 섞인 자기어필에 밥이 코로 넘어간다. 곧바로 소개팅을 주선한 이에게 '각 잡고 딱 기다려라'라고 톡을 날렸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만의 판단 기준이 있다. 주선자로부터 건내 들은 상대방의 이력만으로 호감과 마음을 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전에 공개된 이력 보다는 소개팅 장소에서 처음 마주할 때의 인상, 메뉴판을 보고 주문할 때 느껴지는 매너, 상대방의 관심사를 고려한 대화 소재 선정과 리드까지 우리는 직접 눈에 보이는 모습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리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판단의 근거들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지 다짜고짜 내지르는 강요식의 자기평가를 듣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코 '이력', '스펙'만으로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가 연예인급 이성에게만 끌리는 게 아니듯 회사담당자들도 완벽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를 찾지 않는다. 그럴 목적이었다면 굳이 서류, 인적성, 면접이라는 불필요한 과정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 이력서만 보고 최고의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을 불러모아 조용하게 면접을 치르고 채용을 진행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내가 적임자이며 완벽한 준비를 해왔음을 자기 입으로 표현한다. 항상 자신은 다양한 경험과 준비를 통해 완벽한 실무역량을 갖췄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평 받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두루 겸비한 퍼팩트맨임을 강조한다. 심지어 단점 조차도 '완벽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지원자들의 말만 들으면 전설로만 존재하던 실력자를 눈 앞에서 만나게 되는 영광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헌데 과연 회사 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의 자기자랑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고 평가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글 도입부에서 언급한 대뜸 본인이 멋진 이성임을 스스로 설파하는 TMT소개팅 상대가 떠오르지는 않는가?


물론, 회사는 항상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할 SUPER 신입사원들을 찾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직원들과 함께 어우러져 회사의 흥망성쇠를 경험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동료를 찾고자 한다. 좋은 나무 보다는 좋은 나무가 될 수 있는 좋은 재목을 찾고자 하는 것이 회사담당자들의 마음이다.


그들은 이미 신입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는 단시간의 전력화 내지는 지금 당장의 공백 때문이 아니다.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열의를 갖고 배우며 진득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태도와 자질이다. 


출중함 보다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완벽함 보다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뛰어난 스킬 보다는 뭐 하나를 하더라도 야무지게 하는 지원자들의 면면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일정 수준의 자격이 확인된 지원자들에게 인성관련 질문이나 회사, 직무와 관련된 지원자만의 생각을 더 듣고 싶어하는 이유다. 지원자들의 생각과 태도, 색깔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의 다소 엉뚱하고 어설픈 모습에서 지원자에 대한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완벽한 이성 보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통해 교감이 이뤄지는 상대방과 더 오랜 만남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똑같다. 심각한 결격 사유가 아니라면 부족한 부분은 얼마든지 채워갈 수 있다. 반면, AI같은 완벽함으로 무장하여 물 샐 틈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이들에게서는 인간미가, 그들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돈 많고, 잘났으면서 내 관심사와 성격, 습관까지 100% 들어맞는다고 얘기하는 상대방에게서는 왠지 모를 거부감만 느껴질 뿐이다.




유튜브에서 '옴스잡스'를 검색하세요 ^^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실력도 없이 마냥 착한 사람. 모자란 사람들이 취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펙'과 '이력' 보다 더 중요한 좋은 태도와 느낌을 가진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좋은 느낌이 드는 상대방이 스펙까지 좋다?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스펙과 이력은 부수적으로 거들뿐이다. 


여태껏 항상 애프터를 거절 당했던 이유는 나의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대화와 교감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뛰어남을 내 입으로 보여주겠다는 강요식의 대화로는 결코 면접관과 교감할 수 없다. 평가자들이 나라는 사람을 직접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게 핵심이다. 판단의 기회를 그들에게 제공해야지 자기판단의 결과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나라는 사람의 힘stat이 몇점, 민첩stat이 몇점인지를 얘기하는 것보다 힘과 민첩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 듣는 입장에서 이해도 쉽고 설득되기도 쉽다. 회사와 내가 많은 연관성이 있어서 내가 적임자라고 강조하는 것보다 지원한 산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산업이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는 얘기를 하는 지원자를 보면 그의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좋은 실력을 드러내 어필하고자 하는 애절한 마음임은 십분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지원자들의 면접법은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논리도, 색깔도 없는 강요에 가까웠다. 짧게는 20-30분, 길게는 1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처럼 상대방에게 '나 잘났어요', '저랑 취미도 관심사도 너무 비슷하시네요'라는 식의 강요는 부정평가로 이어질 뿐이다. 지원자의 욕심은 십분 이해하지만 욕심 자체는 결과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영원히 단 한명의 이성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말하는 방식, 나를 드러내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1시간 안에 나의 인생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쿨하고 담백하게 할 말만 똑부러지게 하면서 괜찮은 지원자임을 보여주자. 면접관들은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질문들이 이어질 것이다. 스펙을 뛰어는 면접으로 취업에 성공해보자.



스펙을 뛰어넘는 면접법,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Ohms



https://www.youtube.com/channel/UCfCArPcBR2uwumRFc5iG53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