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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May 06. 2020

1화. N수생의 면접법

잘 보여야 된다는 부담감이 낳은 19세기형 면접알파고

1인칭 N수생 시점
비전공자가 왜 지원했냐는 ㅇㅇ전자 면접관의 질문이 귀에 맴돈다. 다양한 경험과 인턴 경험을 전진배치하여 나의 부족함을 가려야 한다. ㅇㅇ전자의 가전제품 라인업과 신제품 갤러그의 판매가와 스펙, 작년도 매출실적과 영업이익까지 몽땅 암기했다. 입에 착착 감기지 않고, 숫자들이 계속 나의 뇌를 이탈하려고 시도한다. 1분 자기소개를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린다. 나의 인생과 모든 주요 경험과 역량을 1분에 눌러 담아내면서 역량을 어필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뒤척이다 억지로 눈을 감는다. 면접을 위해 예약해둔 샵에 새벽 4시까지 가야 한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내일 면접 복장은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이지만 나는 정장을 입는다. 모 취업전문가가 저건 훼이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장에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장이다. 마음이 놓인다.


(자기소개) 나의 인생경험과 역량, 회사/직무와의 연관성까지 1분 안에 모두 밀어넣겠다!!


면접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N수생: “안녕하십니까. 도전정신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지원자 ㅇㅇㅇ입니다. 저는 수차례의 공모전과 아르바이트, 교환학생 등을 통해 도전정신을 키워왔습니다. 또한, 학과 대표, ㅇㅇ학회의 수장과 봉사단체의 리더를 맡아 ㅇ년 간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ㅇㅇ전자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확신합니다.”

면접관: 준비된 거 말고, 진짜 자기소개 한 번씩 해주시면 안 됩니까?


N수생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했다. 마지막에 확신에 찬 어조까지. 나의 주요 경험들과 역량까지 다 어필했으니 직무역량까지 충분히 납득시켰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역량을 키우고, 기르고, 배양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로의 이력만 늘어놓는 스펙파티가 이어졌다. 면접관은 답답함을 토로하며 한 마디 던졌지만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기계적인 소개만 이어졌다.


N수생의 말에는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이나 메시지'가 없다. 그저 경험과 스펙이 충분하다는 나열뿐이다.

옆의 N+1수생의 자기소개가 어쩜 이리 나의 것과 비슷하지 흠칫 놀라지만 바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관심이유) 지원회사의 인재상, 핵심가치 내지는 사례를 통한 연결고리를 제시하자!


면접관: “ㅇㅇ전자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뭐에요?”

N수생: “학교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ㅇㅇ전자 부스에 방문했을 때 친절하게 상담도 도와주시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또한, ㅇㅇ전자는 사내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해외교육과 주재원의 기회 또한 만다는 점도 인상 깊어서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수십 조 단위의 투자는 최고와 도전을 지향하는 제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면접관: ... (ㅇㅇ전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왠 채용설명회야.. 동문서답의 정도가 너무 심하네)


N수생은 '그날 채용설명회에 가지 않았더라면 ㅇㅇ전자와 나와의 연결고리로 제시할만한 스토리가 없을 뻔 했지 뭐야.'라며 당시 상담부스에 찾아갔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으로 나의 열정과 회사에 대한 관심도 잘 어필했다고 자화자찬했을런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 길이 없다.


지원회사의 핵심가치와 자신의 가치관이 맞닿아 있고, 직접 본 현직자의 자부심이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다짜고짜 끼워맞춘 연결고리가 설득력 있는 지원동기로 들릴까? 회사에 대한 주관적 생각은 어디 있는가?

회사의 최신실적, 신제품과 신사업, 해외공장과 법인 개수 등과 같은 회사 관련 주요 FACT들이 '회사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알고 있다'와 '어떻게 생각한다'가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직무역량) SK다니는 5,000명 재직자 중 아는 1명의 선배님이 분석력과 소통력 강조해서 합격했대요.


면접관: “ㅇㅇㅇ씨 마케팅에 필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해요?”

N수생: “저는 마케팅 직군에 필요한 분석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췄습니다. 학부시절 데이터에 대한 관심으로 데이터 관련 외부 교육을 이수하였으며 마케팅학회, 대외활동, 공모전 등에 다수 참여하면서 여러 팀원들과 함께 부대끼며 마케팅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면접관: ... (필요한 역량이 뭐냐니까, 왜 딴 소리지.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없네)


(지원자 독백) 좋았어!!! 완벽했다. 마친 준비했던 질문이었다. 필수역량과 관련 경험까지 어제 암기한 그대로 답변했다. 오늘 면접, 느낌이 좋다.



질문은 '직무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역량'임에도 본인의 직무관련 경험만 줄줄 읊는 전형적 동문서답이다.

'데이터 분석력을 키워왔다'라는 말을 통해 '지원자의 데이터 분석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없다.

회사 채용페이지에 제시되지 않은 '도전정신', '창의지향' 역량을 가진 사람은 떨어져야 되는 것일까?




N수생들은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말을 찾고, 내뱉으며 그런 척을 한다’ 내가 쌓아올린 논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공격을 해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불안함이 커질수록 더 많은 검색과 정보수집을 해보지만 여전히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저 끝 없는 흉내내기만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계속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는 지원자라면 앞서 언급된 상황과 사례들 속의 N수생이 나의 모습은 아닐지 객관적으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싱크로율이 높일수록 탈락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각 상황 별로 아래 코멘트된 질문들을 중심으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부족한 점과 문제점을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 시각 없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N수생처럼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Ohms



p.s. 옴스잡스 Youtube 채널입니다. 면접 영상도 곧 게시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2ZIdkVWR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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