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후회하는 일도 없을 텐데...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습관을 없애고 싶다든지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는 일상적인 태도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게 이유일 수 있다. 혹은 말다툼으로 틀어진 친구나 연인 사이를 돌리고 싶어서, 기대만큼 좋지 못한 수능 성적을 바꾸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상황들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마음이 생겨난다. 심할 때는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은 후회하는 감정에서 비롯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당장 눈 앞에 커피를 주문하는 것도 아메리카노와 바닐라라떼 중에 선택해야 한다. Ice인지 Hot인지도 선택하고 사이즈도 골라야 한다. 이런 무수한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 인생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선택에는 다른 미래가 있다. 우리는 실재하는 현재와 선택하지 않은, 그래서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비교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후회하는 마음은 변화를 원하게 만든다. 위처럼 인생을 되돌리고 싶단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골똘히 그 방법을 모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자가 가능하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큰 노력 없이 다시 선택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불가능한 방법이고 단지 소망만 해볼 뿐이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불가능하지만 소망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짜로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의 내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48주 차 정기회의'
얼마 전 정기회의를 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1년이 52주인데 벌써 48주 차라니? 올해가 이제 1달밖에 남지 않았다. 목표로 했던 일들은 이루지 못한 게 태반이고, 이번 해도 나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큰일이다.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이도 많을 거다. 한 리서치 업체에 따르면 매년 1월 1일 신년 계획을 세우면 1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5명 중 4명 정도가 포기해버린다고 하니까. 내 경험 상에도 1년 동안 신년 목표를 착실하게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있다면 담배를끊는 사람보다도 독-한 사람...)
변화를 시도하는 모두가 성공하면 좋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데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사실 변화에 실패하는 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변화는 억지로 몸의 상태를 바꾸는 거다. 변화를 위해서는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하는데 이 말은 의식적으로 뇌가 기억하는 바와 반대되는 행동들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일상 속에서 반복적인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습관이 형성되는데 이런 습관을 파괴하는 행위가 바로 변화다.
예시를 들어보자. 회사 일이 끝난 뒤 집에 왔다.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게임, 영화, 드라마, 야식, 글쓰기, 이른 수면 등등.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다. 우린 수없이 선택에 대한 결정을 했다. 여러 행동 중에서 특정 행동을 선택했으며 선택에 따른 보상이 각각 어떠한지 알고 있다. 그런 선택지 중에는 선호하는 선택지가 존재하며 그걸 더 많이 택하는 나의 패턴이 습관이다.
우리 몸은 힘든 걸 싫어한다. 습관대로 행동하는 게 가장 힘이 적게 들어간다. 그래서 변화보단 습관을 선택하려고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도 충분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습관을 형성하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는가. 습관을 얻기 위해 이것저것 탐색하는 과정,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 반복하는 과정까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습관에 따라 행동하려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택, 처음 해보는 일에는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세 번 반복되기 시작하면 이제 결과보단 선택에 대한 에너지를 줄이고 싶어한다. 모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운동하려면 에너지를 써야하고 생각하려면 에너지를 써야한다. 우리 몸이 거부하는 걸 반복적으로 다스려야만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습관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변화할 수 없는 것인가? 분명히 신년에 한 다짐을 지키는 사람,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람은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주관적인 견해로 변화의 시작점은 결핍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에 대한 결핍일 수도 있고 사람이나 감정에 대한 결핍일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결핍에 해당한다. 결핍이 변화의 시작점인 이유는 절박함, 간절함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결핍이 중요한 이유를 간단한 예시를 통해 설명해보자. 자기계발서를 읽고 유명한 강연을 듣고 오면 자신이 변화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게 변화에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그건 잠시 뿐이다. '와, 진짜 대단한 강연이었어. 내 인생 역대급!!!'이라고 말하며 변화를 다짐해도 다음 날 일어나면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갈 뿐이다. 습관을 변화시킬 만큼의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한데 이런 간절함은 대부분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다. 불의의 사고로 완전하지 못하게 된 몸, 누군가의 죽음, 불시의 해고와 같이 뜻밖의 일을 겪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간절함을 갖게 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더라도 간절함을 갖고 변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본의로 간절함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삶의 결핍,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면?' 우리에게 인생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아니 1달만 남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의 삶은 완전히 변화한다.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는 게 가장 좋은 이유는 지속적으로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내일로 미뤄도 되기 때문에 간절함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변화에 대한 동력을 제공한다. 살아간다는 건 곧 죽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내일이 밝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린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간다. 마치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 일인 것처럼. 결국 죽을 운명이니 막 살자는 것도,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자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종래엔 죽기 때문에 사실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설계하잔 이야기다. 변화의 동력으로 삼자는 말이다. 습관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변화하긴 어려워진다. 일찍부터 설계해야만 더 많이 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으로 나를 던져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냥은 변화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억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거다. 나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했다. 경영학과라 팀플이 많아서 발표할 기회도 많았지만 피할 수 있는 만큼은 전부 피했다. 발표를 잘하는 학생들을 그저 동경의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홍보단체의 단장을 역임하기로 했다. 이대론 절대 변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억지로 나를 밀어넣었다. 매주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 연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변화할 수 있었다.
내 인생영화 중 제 1번은 '어바웃타임'이다. 인생영화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영화에서 전달하는 인생에 대한 태도가 가장 좋다. 남자 주인공 '팀'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영화의 끝에서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최선의 선택은 알 수 없고, 오히려 선택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만들어 행복을 점점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엉성하고 부족할지라도 내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며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우리는 팀과 달리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쩌면 능력이 없기 때문에 팀보다 더 빨리 깨달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의 내가 변화하며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 첫걸음은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사는 거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