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건가요?
'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가'와 같은 맥락의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에 고민이 깃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렇게 대답하는 게 정답이잖아!'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달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처럼 확실히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좀 바꿔보자.
'당신은 내일 죽더라도 지금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뇨. 전혀요."
이번에도 대게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돈을 많이 주니까',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해서'와 같은 대답을 한다. 결국 먹고살기 위한 '돈'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일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닌 걸 잘 알지만 돈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게 현실이다.
좋아하는 일이 꼭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돈을 많이 번다면 이를 바탕으로 취미를 더 폭넓게 즐길 수 있고 나중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든지, 이건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성 같은 건 여기에서 성립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꼭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과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이다. 돈을 버는 목적은 잘 먹고 잘 자고 여러 방면에서 잘 즐길 수 있는 삶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일 역시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좋으며 이런 일을 탐색하는 과정은 가치 있는 일이 분명하지 않은가.
사실 돈 때문에 일을 한다는 결론이 나온 건 다른 이유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그만두고서라도 하고 싶은 게 뚜렷하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쉽게 들질 않는다. 게다가 여러 일 중에서 하고 싶은 하나의 일을 골라내는 것도 어려운데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이상적인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쉽게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일은 하면 좋을 일들이다. 이루어내면 명예를 얻을 수 있거나 자신이 자랑스러운 일들, 독서처럼 하면 좋을 것 같은 일들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마치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 것처럼 착각을 하기 쉽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한다. 나처럼 본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제치고라도 그 일을 하고 싶어야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자기 계발 서적, 소설을 써보고 싶다.',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좋은 책들을 섭렵하고 싶다.'와 같은 게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책을 섭렵하고 싶다는 건 이상적인 일에 가까웠다.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하는 게 좋다는 마음이 강했다. '사람들이 감동받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내가 구상한 스토리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두 가지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다.
'0과 죽음'이라는 부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졸업 연설을 하던 스티브 잡스의 영상을 넣었는데, 영상에선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no였다.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면 절대로 회사에서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지도 않았다. '당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확실하진 않고 회사를 다니며 좀 더 많이 배우고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이 다다랐기 때문이다. 나름의 목표들도 세우고 실천하고 있었으니 언젠가 목표들이 이루어지겠지, 언젠가 그런 일들 속에 빠져 지낼 날들이 오겠지 하며 상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틀렸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 번일 지 두 번일 지 세 번일 지, 아니면 몇십 번일지는 모른다. 적어도 1번 이상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준비없이 마주친 기회는 흘러가는 냇물처럼 하릴없이 손아귀를 벗어날 뿐이다. 평소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는 특별히 무언가를 한다는 개념보다 기회를 마주한 상황을 상상하고 또렷하게 그려나가는 거라 생각한다. 기회가 눈 앞에 왔을 때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도록, 평소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과 기회를 잡아낼 결단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말이다. 눈 앞에 닥친 일들을 감당해내기도 버거운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 모험을 하게 되더라도 선택을 할 수 있게.
그러니 오늘도 그날을 상상하고 상상하며 준비하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손을 뻗어 움켜쥘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