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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Jan 17. 2019

시작이 반이다

일단은 시작하기


그건 내가 잘 못할 것 같아서 안 했어.


살다 보면 정말 나와는 맞지 않을 듯한 일들이 있다. 뜨개질, 자수 같은 취미일 때도 있었고 카피나 개발처럼 직무와 관련된 것일 때도 있었다. 처음 접할 때 재미가 없어 보이거나 내가 잘하지 못할 것 같은 활동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고, 이런 활동에 관심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재미가 없어 보여서.', '내가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같은 이유를 말하며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언제까지 쳐다보기만 할 건가.


진짜로 관심이 없는가

그래서 진짜로 관심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피한 경우가 있다. 보통 이유를 들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시도하길 피하곤 했었다.


1) 재미가 없어 보여서
2) 시간이 보여서
3)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재미

1번이 진짜 이유인 경우는 하지 않는 게 맞다. 재미없는 일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른 훨씬 재밌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잘 해낼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둘 때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핑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간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해보지 않은 일을 언젠간 할 거라 위안하며 미뤄버렸다. 재미가 있어 보인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혹시 모른다. 지금 시도하는 게 내가 평생을 즐겨할 일이 될지도.


시간

'시간이 없다'는 이유는 진짜인 경우가 거의 없다. '정말로 내가 그렇게 시간이 없었나?'라고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버거운 이에게 하려는 말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덧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노력을 쏟는 것이 두려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두는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어느새 몸도 마음도 굳어버렸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풀어주는 게 필요할 테니까.


자신감

잘 해낼 자신이 없다는 이유는 진심일지라도 잠시 접어두면 좋겠다.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 잘하지 않기 때문에 시작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보지 않는 이상 결과는 모르는 거다. 시작부터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성실하게 경험을 쌓아 가다 보면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고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달라진 모습에서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다른 차원의 실력까지 목표로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까지도 별 헤는 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좋다.

시작이 반이다

내가 포기했던 일은 바로 '글쓰기'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읽다 마음이 동해 시를 끄적여보기도 하고, 소설을 읽고 난 여운에 침낭 속 작은 불빛에 기대어 글을 적기도 했었다. 항상 쉬이 완성되는 글이 없었다. 그래서 전역 후에도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던 글들이 수첩 2권에 가득했었다. 어쩌다 강의실에 두고 온 수첩을 남이 읽는 걸 봤는데 오글거린다며 비웃는 것을 보고는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없구나.' 생각해 글 쓰는 것을 그만둬버렸다. 그 후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이따금 술에 취해 언젠간 꼭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하긴 했지만 술 취한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니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책을 내는 걸 하나 둘 보게 되었다. 에세이를 봤는데 나중에 작가가 내 또래라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그들이 멋있었고 본받고 싶었다 '아...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 책을 쓰고 싶다. 외면할 수 없는 내 진심이었다. 


그들도 첫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중간에 포기를 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했고 결국엔 자신들이 원하는 하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글 쓰는 것을 다시 시작했다. 언젠간 꼭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면 '시간이 없어서', '내가 잘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미뤄두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니까. 조금은 부족한 실력일지라도 꾸준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양껏 노력하고 안 돼도 뭐 어떤가. 그렇게 노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결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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