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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건주 Sep 19. 2022

1. 회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1장: 퇴사 훈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최종 입사 통지서를 받은 

자랑스러운

아들을 바라보며,

기뻐하셨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나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서,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Image by Elly from Pixabay


입사 후 나는 한마디로 

미친 듯이 일했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고,

또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회식자리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상사 눈치 보기에 바빴다.


나의 목표는 딱 하나,

소위 회사에서 

'별(임원)'을 따는 것이었다.


가끔 지칠 때마다.

회사에서 지급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임원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이러한 모습 덕에 

나는 입사 첫해부터

인사 고과 최고 점수를 받았다.


내 회사 생활을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최소한 내가 K 부장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K 부장은 회사에서 

나의 롤모델이었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어쩌면 모든 회사 사람들의 

롤모델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했다.

함께한 술자리에서 

그의 대화의 주제는

회사, 회사, 회사였다.


물론 그는 주말에도 

매번 출근을 했다.

물론 그의 태도에 회사도 

그에게 보답해주고 있었다.

회사는 그에게 

미국으로 대학원을 보내주었다.


복귀 후 그는 또래 동료보다도

2년 먼저 진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최연소 팀장 자리까지 차지했다.

이른바 곧 별을 딸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모든 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Image by Hans from Pixabay


그는 나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그가 몇 년 뒤 

임원이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는 나에게도

너의 미래는 회사가 

책임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회사에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한다면 말이다.


나는 그의 말을 믿었기에

그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와 함께 새벽까지 야근을 했고,

주말에 함께 출근하기도 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하지만 K부장의 표정이 

여느 날과 달리 

조금 불안해 보였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아보니,

전날 회식자리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밑에 있던 

C차장이 회식자리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고,

이 사건이 인사팀에 보고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K부장은 관리자 책임 소홀이라는 

명목으로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하루아침에 

팀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마저 

하나둘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가야 했지만,

너무나 일찍 진급한 탓에 

다른 부서에서도 그를 받기를 꺼렸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아무 데도 끼지 못하고,

방황한 끝에 그는 지방으로 

전배를 가게 되었고,

그는 공장 샘플을 챙기는 

업무를 하다가,

결국 몇 년 전 퇴사를 했다.

Image by Michal Jarmoluk from Pixabay


순식간에 회사 생활이 무너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되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저축했던 돈을

갑자기 찾은 것처럼 

나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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