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기억할 말 "사기꾼은 항상 웃고 있다"
거울 앞에서 물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이 질문의 답은 '사표'였다. 배낭을 멨고, 지구를 한 바퀴 돌겠다며 길을 나섰다. 좌충우돌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한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피라미드는 한 번 봐줘야지 않을까?'
이집트는 딱 그 정도 수준에서 결정한 방문국이었다. 세계 3대 블랙홀로 불리는 다합이 있긴 했지만, 다이빙은 내 전문이 아니었다.
시나이 산(2285m) 정도가 내 흥미를 끌었다. 고백하건대 이집트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한 곳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요르단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루트가 그려진 나라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인도' 이집트는 내 가벼운 생각과 달리 날 강철같이 단련시켜주었다. 이집트에서 보낸 거의 모든 시간이 협상력을 기르는 훈련의 시간이었다.
요르단에서 이집트로 넘어간다면 아카바에서 페리를 타고 바닷길을 건너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 루트를 이용한다면 곧장 다합으로 갈 수도 있다. 요르단~이집트 루트는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다합에서 다이빙과 시나이 산 트레킹을 하고선 카이로로 이동해 이집트의 상징 피라미드를 보게 되는데...
이집트를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집션의 간사한 사기수법과 각종 상술을 재미(?)로 느낄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의 성격이 너무 정직하거나, 매사 진지한 분들이라면 분명 '멘붕'이 찾아온다.
페리의 속도는 딱 경운기 수준이었다.
홍해를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멀리 이집트 누웨이바항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 중 이집트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은 뒤였다. 이집트를 다녀온 배낭여행자들의 평가는 물과 기름처럼 극명하게 나뉘었다.
호불호에는 성별차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남성은 이집션의 간사한 사기수법에 치를 떨었다. 여성은 친절한 이집션에 대한 호의적인 기억을 가진 듯했다. 개중엔 치근덕거리는 이집션 때문에 곤욕을 치른 여자들도 더러 있었다.
타인의 경험으로 이집트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 길은 없었다. 몇 명의 경험으로 일반화시킬 필요도 없었다. 고정관념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흥의 크기를 한정시킬 뿐이었다. 분명한 건 이집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긴장감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누웨이바항에 거의 도착할 때쯤이었다. 옆에 있던 한 이집션이 내 선글라스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어디 제품이냐? 얼마냐? 한번 써보면 안 되겠냐?" 등 질문이 많았다. 선글라스를 써본 그는 대뜸 "선물로 주면 안 되겠냐?"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해왔다. 문득 파키스탄 훈자에서 만난 윤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파키스탄에서는 가격 때문에 실랑이하다 화를 내면 상대방이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는데 이집트는 자기들이 더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 네고(물건을 구매할 때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가 정말 쉽지 않은 나라예요."
여행에서 꼭 필요한 협상기술은 요르단을 거치면서 일취월장했다. 가격을 깎는 일이라면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 땅을 바라보며 내 가슴 한쪽을 지그시 누르는 이 불안감의 정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두고 싶던 내 불안감이 조금씩 경계를 넘어 의식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옆에 있던 준섭이가 말했다.
"인도에 다녀온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예요. 어떤 사람이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고 있었대요. 그런데 택시기사가 열차시간을 확인한다며 티켓을 달라고 해서 보여줬더니 급한 걸 알아차리고 차를 세우고 돈을 더 달라고 했대요. 이집트가 아프리카의 인도라면서요?"
내 불안에 기름을 끼얹는 이야기였다. 이집션들은 도둑질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건 본인의 능력'이라고 믿는 민족이라고 했다. 등치는 수법도 상상 초월이다. 요르단을 떠나기 전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무래도 이집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여러 여행기를 찾아보는 걸로 이집션의 간사한 수법을 나름 연구했다.
"풉."
여행기를 읽을수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낯빛이 점점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결국에는 분노의 싸대기를 한 대 올리고 싶을 정도로 광분한 채 아침을 맞았다.
페리가 누웨이바항에 정박했다. 남보다 먼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같이 입구로 몰려들었다. 입구는 두 개였는데 하나는 남자 승객들, 그리고 하나는 여성이나 가족 단위 승객들의 출입구였다.
가족 단위 승객들의 출입구가 정체되자 사람들이 남자 승객용 출입구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작은 싸움이 시작됐다. 무슬림들의 원칙은 그냥 몸이 편할 때만 적용되는 듯했다. 외국인 우대는 상상도 못한다. 기다리든지 이집션의 틈바구니를 헤치고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난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페리 밖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컨테이너에서 짐을 찾으려는 이집션들이 양쪽으로 길게 줄지어 있고 그 가운데로 차량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입국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먼저 타려고 몸싸움이 한창이었다. 질서도 원칙도 없었다. 대형 트레일러가 짐을 넣어둔 컨테이너를 페리 밖으로 옮기려고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셔틀버스로 우르르 몰리는 게 아닌가. 눈치를 보니 컨테이너를 입국장 근처로 옮기려는 듯했다. 컨테이너 안에는 내 전부인 소중한 배낭이 들어 있었다. 우리도 재빠르게 버스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잠시 뒤 예상대로 트레일러가 도착했다.
순간 사람들이 트레일러 기사와 언성을 높였다. 우리 짐을 실은 컨테이너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배가 있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들을 쫓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었다. 준섭이와 난 배에서 내리자마자 입에 욕을 달고 있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온 나라는 없었다. 그동안 무슬림에게 전수받은 '인샬라' 정신으로 나름 평화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무질서가 생활인 이집트에서는 도저히 욕을 안 뱉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허겁지겁 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짐이 실려 있는 컨테이너 주변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짐을 먼저 찾겠다고 밀고 밀치는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네 짐, 내 짐 할 거 없이 손에 잡히는 짐들을 모두 컨테이너 밖으로 던져버리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모두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집트의 태양이 잠시 그들의 열기에 숨을 죽이는 듯했다. 난 그들의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왔다.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도 없었다. 준섭이에게 작은 가방을 맡기고 컨테이너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형으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어디 하나 부러지고 뜯겨야 정상일 정도로 엄청난 혼돈이었다. 내 가냘픈 몸으로 정면승부는 무리였다. 요리조리 틈을 노려 몸싸움을 최소화하며 컨테이너 앞까지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그사이 내 얼굴도 땀으로 번들거렸다. 카오스의 한복판이었다. 몸에서 조금만 힘을 빼도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누군가 준섭이의 가방을 컨테이너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남은 건 내 배낭이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때였다. 컨테이너 문 바로 앞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내 검은색 배낭이 눈에 띄었다. 남은 힘을 한순간에 쏟아내며 팔을 뻗어 배낭을 낚아채 지옥 같은 전쟁터를 빠져나왔다.
"아놔!"
아프리카 대륙의 인도, 이집트 여행의 서막이었다.
이집트 입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누웨이바항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질 좋은 외국인우대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길 안내에서부터 심사까지 전 과정을 전담가이드처럼 도와주었다. 엑스레이 검사도 한국 여권을 보고는 딴지 없이 무사통과였다. 그는 누웨이바항 정문까지 우릴 데려다주며, 근처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순간 이집트에 대한 부정적인 여행기들이 모두 잘못 쓰인 것처럼 느껴 졌다. 난 잠시나마 이집트를 다시 평가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에 와 있는 듯한 행복감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이런 포근함은 얼마 가지 못했다.
항구 정문을 나서자 이집션들이 우리를 보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얀색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그들의 눈빛은 얼핏 봐도 요르단의 호객꾼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이집트 본토 호객꾼들은 초절정 내공으로 여차하면 축지법이라도 쓸 기세였다.
밤새워 공부한 내용을 써먹을 시간이었다. 짐을 찾아 누웨이바항을 빠져나오는 게 체력 싸움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잔머리의 대결이었다. 워밍업은 없었다. 곧바로 첫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
"헤이! 친구. 다합으로 갈 거 아니야? 다합 말이야. 다합."
"얼마에 갈 건데?"
"얼마를 원하는데?"
"10(텐) 이집션 파운드!"
"뭐! 10파운드? 150! 알아들어? 150! 오케이?"
"됐거든~"
절대로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을 때 높은 가격을 부르면 안 된다. 이건 협상의 기본 중 기본이다. 약간의 도발이 필요하다. 일단 어이없는 가격을 제시해야 저들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있다. 그런 뒤 접점이 찾아지면 가는 거고 아니면 다른 기사를 찾으면 된다.
그는 '텐 파운드'란 말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텐 파운드는 한국 돈으로 2000원 정도다. 누웨이바항에서 다합까지는 40~50분 정도 차를 타야 한다. 보통 40파운드 전후로 협상이 되는데 버스를 타면 좀 더 싸게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후 4시를 훌쩍 넘겨 누웨이바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다른 호객꾼이 달라붙었다.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
"친구! 다합 안 갈래?"
"얼마?"
"텐."
"진짜? 텐?"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예스! 그래! 텐!"
"이집션 파운드?"
"아니! 미국 달러."
텐의 함정이었다. 차에서 내릴 때 보면 미국 달러나 유로를 이야기한 거라고 빡빡 우기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대략 난감'이다. 이집트에 대한 예습이 없었다면 깜빡 속아 넘어갈 뻔한 상황이었다.
"형, 어떻게 알았어요?"
뒤에서 조용히 보고 있던 준섭이가 눈이 동그래지며 말했다.
"어제 한잠도 못 잤어. 이런 거 공부하느라. 풉."
라운드 걸도 없었고, 목을 축일 여유도 없었다. 연이어 다음 라운드가 시작됐다.
"친구, 다합 안 갈래?"
"얼마?"
"20."
"20 이집션 파운드?"
"그래. 20 이집션 파운드."
"오케바리! 그런데 나 지금 현찰이 없어, 환전을 못 했어. 100파운드만 꿔줄래, 나중에 다합 가서 뽑아서 줄게."
"무슨 소리야! 너 미국 달러 있어? 있으면 바꿔줄게."
"아니, 아니 내 말뜻은 네 돈을 좀 빌려 달라는 거야. 다합 가서 돌려줄게."
이때 준섭이가 끼어들었다.
"형, 저 이집트 돈 있어요."
"아 그래? 그럼 됐네."
이런 경우 몇 안 되는 살아 있는 양심의 이집션을 만났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도 함정은 있다. 다른 여행자와 합승을 해야 가능한 가격인데 그게 쉽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그는 우리에게 다른 손님을 구할 때까지 차를 마시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기다린 시간은 무려 한 시간이었다. 결국, 그는 우리만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며 각자 50파운드씩을 내라고 했다.
'낚였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지금까지 기다린 게 있어 다른 차를 잡을 수도 없었다. 40파운드로 가격을 깎아 봤지만 21살짜리 이집션 청년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근엄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50파운드를 고수했다.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한 상황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분했다.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 결정하자!"
"그게 뭔데?"
초간단 게임이었지만 이집션 청년은 의심이 많았다. 연습게임을 계속해 주었지만,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눈치였다. 그는 수십 번의 연습게임을 하고서야 본게임에 응했다. 같이 호객행위를 나온 아버지와 형을 불러 게임을 관전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심판진까지 있는 가위바위보라니 웃음이 나왔다.
"네가 이기면 50파운드고, 내가 이기면 45파운드에 가는 거다. 오케이?"
"좋아. 속임수 쓰지 마!"
"너희 아버지와 형도 보고 있는데 무슨 속임수. 자 간다. 가위! 바위..."
"잠깐 잠깐."
"왜?"
"진짜 속임수 없는 거지?"
'어휴 인간아~ 내가 이집션인 줄 아나'
단판 승부였다. 긴장의 순간이었다. 가위바위보 경력 30년이 넘는 나였다. 당연히 승리는 내 것이었다.
"자! 진짜 간다! 가위! 바위! 보!"
뜨~아~악! 가위바위보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겜블러가 패하고 마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내가 이긴 거지?"
경력 10분을 자랑하는 21살짜리 청년은 자신의 승리에 어리둥절했다.
"그래, 네가 이겼어. 50파운드. 고고고 다합!"
게임은 게임이다. 깔끔하게 이집션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형! 진짜 재밌어요."
"준섭아~ 난 힘들다. 어떻게 경력 30년을 한 방에 보낼 수가 있지."
"근데 형은 어떻게 이집션한테 돈을 꿔달라고 해요. 아까 자기 귀를 의심하며 완전 멍한 표정이던 걸요. 네고 다 했는데 '나 돈 없으니 돈 좀 꿔줘' 아~ 진짜 웃겨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가 더한 놈인가."
담대한 네고의 첫판이었다.
세계 일주를 하다 보면 도난·분실이란 걱정 외에도 '내 앞에 있는 인간을 믿어도 될까?'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나같이 평생 사기의 '사' 자도 모르고 산 평범한 사람은 당하고 나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사기 수법은 진짜 악질적인 경우에서부터 귀여운 수준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밖에 없다.
알아야 안 당한다. 모르면 '혹'하게 된다. 내 머릿속에서 사기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역시 이집트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렇게 살자"고 다짐했고, 이집트에선 "이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여행기에 소개되지 않은 사기수법을 정리해 봤다.
1. 정체구간 난 못 가
카이로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였다. 택시를 타고 있는데 정체구간을 만났다. 갑자기 택시기사가 차를 세우더니 보닛을 열며 차에 문제가 생겨 더는 못 가니 뒤에 오는 차를 타고 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때까지 나온 요금을 주고 다른 택시를 탔다. 뒤를 돌아보니 택시 기사가 보닛을 닫고 있었다. 정체구간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야기다. 이집트식 고객 만족 서비스다.
2. 낯선 음료
낯선 사람들이 주는 술이나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날 아침이고, 지갑은 없고, 나도 모르는 신용카드 결제가 돼 있고... 이런 미치고 환장할 노릇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클럽이나 바 등에서 제정신으로 놀고 싶다면 내 앞에서 따는 술만 마셔야 한다. 언제 당할지 모른다.
3. 로또의 행운
현지인이 준 복권을 긁어 보니 당첨이다. 당첨금이나 선물을 받으려면 다른 장소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가보면 나와 같은 처지의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거기서 다른 물건을 파는 홍보영상물을 보게 된다. 물건이야 안 사면 되지만 시간은 어쩔 건가.
4. 가짜 경찰
이 사건은 남미에서 자주 발생하는 케이스다. 경찰이 다가와 강제로 준비된 차에 타라고 겁을 준다. 물론 짜인 각본이다. 운전사와 다 한패다. 타는 순간 권총 강도나 흉기 강도를 당하게 된다.
5. 사진 부탁도 요령이 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주며 사진 찍는 걸 부탁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지인에게 부탁할 경우 그냥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 버릴 수 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배낭여행자에게 부탁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6. 길거리 환전은 NO
환전 사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특히 사무실도 없이 길거리에서 환전하는 경우 위조지폐를 중간에 끼워 넣는 경우가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암달러 환율이 더 좋기 때문에 달러를 현지 화폐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길거리에서 직접 환전하는 건 피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삐끼라도 대부분 사무실로 안내한 뒤 환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7. 한잔할래?
터키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다. 현지인이 한잔하자고 해서 바에 가면 은근슬쩍 여자들을 합석시키고 나중에 100만 원 정도의 술값을 청구한다. 울상이 된 내 앞을 지키고 있는 덩치 큰 아저씨들. "이제 어쩌지?"
위에서 언급한 사기유형 말고도 사기 수법은 무궁무진하다. 해당국을 방문하기 전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특히 물가 정보를 체크해야 어느 선에서 네고를 할지 계산이 나온다.
마지막 조언이다.
"사기꾼은 항상 웃고 있다!"
여행 정보
세계 일주 뒤 이집트를 여행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개인의 취향이니 가는 건 뭐라 할 수가 없다. 단, 하나는 분명히 일러둘 말이 있다.
단순히 환상만 갖고 이집트를 방문했다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집션들의 상술에 크게 상처받을 공산이 크다. 아니 내가 언제 어떤 술수에 당했는지조차 모르고 이집트를 여행할 수도 있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내가 가장 긴장하고 다닌 나라이기도 하다. 절대로 이집션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마라. 이들의 상술은 베테랑 배낭여행자의 내공 그 이상이다. 어디서나 한 번 더 확인하고, 사전 정보를 꼭 찾아보길 바란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김동우 시민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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